"김정은, '아이들이 핵을 지닌채 평생 살기 원하지 않아' 말해"
[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지난해 북미협상에 깊이 관여했던 앤드루 김 전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아이들이 핵을 지닌채 살아가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김 전 센터장은 22일(현지시간) 미 스탠퍼드대학의 월터 쇼렌스틴 아시아·태평양연구소에서 공개 강연에 나서 작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수행해 평양에 갔을 때 "김 위원장은 면담 동안 비핵화하겠다는 의도를 확인했을 뿐 아니라 북미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욕구도 강력히 강조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평양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김 위원장에게 '당신은 비핵화할 의향이 있는가'라고 물었으며, 이에 김 위원장은 "나는 아버지이자 남편이다. 내게는 아이들이 있다"며 "나는 내 아이들이 핵을 지닌 채 평생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또 김 전 센터장은 북한이 과거 협상이 어그러졌던 교훈을 바탕으로 트럼프 행정부 내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도 한 정권 내에 합의를 봐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왜냐하면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는 어떻게 굴러가게 될지 그들이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지금 합의를 보길 원하면서 그에 집중하는 이유는 아마도 트럼프 행정부가 그들이 상대하길 원하는 미국 정부라는 평가를 했기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센터장은 "그들이 우리를 신뢰할 수 있느냐?"라고 물음을 던진 뒤 아마 북한은 다음 정권이 들어섰을 때 이번에 이뤄진 북미 간 합의를 다시 폐기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미국의 정치를 매우 면밀하게 관찰한다"며 "북한 사람들과 대하면서 그들이 어떤 특정한 언급을 할 때 워싱턴에서 굴러가는 정치에 대해 많이 알고 있어 놀랄 때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비핵화 로드맵도 제시했는데 포괄적 신고 및 전문가 사찰, 핵무기·운반체·핵물질 폐기를 거쳐 북한이 2003년 탈퇴한 NPT에 재가입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센터장은 그러면서 "북한은 주요 대량살상무기(WMD) 시설에 대한 미국 전문가의 평가를 허용하고, (핵·미사일) 시설을 신고하며, 합의된 시간표에 따라 한반도에서 핵무기와 운반체 시설, 관련 핵물질을 폐기·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고 대상과 범위에 대해선 "핵·탄도미사일은 물론 생화학 무기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포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종 과정인 NPT 재가입에 대해서는 "(비핵화) 과정의 일부로서 검증과 확인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미 막후 협상 과정에서 '키맨' 여할을 해온 한국계 김 전 센터장은 지난해 12월20일자로 은퇴한 뒤 이 연구소의 방문학자로 자리를 옮겼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6월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의 카펠라호텔에서 만나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을 갖고 있다./싱가포르 통신정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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