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증권거래세 폐지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관련 논의에 또 다시 혼선이 생겼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까지 폐지론에 손을 든 상황에서 기재부와 경제부총리가 또 다시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자 업계의 실망감이 확산되고 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이 증권거래세를 두고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으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거래대금의 0.3%를 과세하는 증권거래세는 작년 증시 폭락과 함께 개편 논의가 시작됐다. ‘손실’을 본 투자자에게도 과세를 하는 것은 조세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왔기 때문이다.

   
▲ 사진=연합뉴스


앞서 최운열 더불어 민주당 자본시장활성화 특별위원장은 증권거래세를 내년부터 5년간 증권거래세를 20%씩 단계적으로 인하한 후 폐지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양도소득세로 과세방식을 일원화하는 내용을 발의하기도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당론으로 증권거래세 폐지를 채택했다. 최근엔 이해찬 대표가 금융업계 대표단과 만나 교감하면서 거래세 폐지 논의에는 더욱 탄력이 붙었다. 그런데 별안간 정부가 이를 전면 부인하고 나서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4일 “일각에서 제기한 증권거래세 폐지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하며 최근 논의와 선을 그었다. 홍 부총리는 아울러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재정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하’를 검토 중이지만 그 폭과 시기는 미정”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홍 부총리는 “이번 증권거래세 검토와 관련해 주식 양도소득세 조정은 검토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주식 양도소득세는 계획대로 2021년까지 부과 대상의 단계적 확대를 이어갈 것”이라며 “주식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 간 전반적인 조정 방안은 관련 연구용역과 태스크포스(TF) 논의를 거쳐 내년 중반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홍 부총리 발언을 토대로 생각해 보면 결국 증권거래세 인하는 아무리 빨라도 주식 양도소득세를 강화하는 내후년에나 가능해질 전망이다. 그나마 폐지도 아닌 인하이기 때문에 업계 기대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양도소득세 이전엔 증권거래세 변경을 할 수 없다는 기획재정부의 기존 입장과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면서 실망감을 드러냈다.

특히 기재부가 거래세 인하‧폐지에 난색을 드러내는 이유는 증권거래세가 0.1~0.15%포인트 정도만 인하돼도 세수가 약 4조원 감소하기 때문이다. 작년 증권거래세는 무려 6조 2000억원이 걷혀 전년보다 1조 7000억원(38.4%) 증가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그동안 단계적으로 논의가 성숙돼온 상황이었음에도 경제부총리 입장표명 한 번에 모든 상황이 ‘초기화’ 되자 업계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국내 증권사 한 고위 관계자는 “정부와 여당이 각자의 입장만 생각하면서 이견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면서 “증권거래세 폐지 여부를 차치하더라도 현재 당국의 아마추어리즘이 드러난 해프닝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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