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하노이 핵담판이 공동 서명식도 진행하지 못한 채 사실상 결렬됐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잘 진행되던 회담이 양측 참모들이 배석한 확대회담에서 무산됐다.

두 정상은 이날 오전 8시55분부터 예정된 시간보다 5분 일찍 시작된 단독회담은 9시30분(현지시간) 끝났으며, 이어진 확대회담 종료가 1시간30분 이상 지연되더니 결국 양 정상은 오찬도 취소하고, 이날 오후 1시30분 각자 숙소로 복귀해버렸다.

당초 양 정상은 확대회담 이후 낮 12시부터 업무오찬을 이어간 뒤 오후2시 공동 서명식을 가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2차 북미 정상회담은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채 정상회담을 종료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2시(우리시간으로 오후4시) 단독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북미는 2차 핵담판에서 많은 것을 논의했지만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아무런 합의도 이루지 못했다. 예상되던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 및 검증과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종전선언과 연락사무소 설치, 제재 완화 등의 주고받기가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한 것이다.

전날 양 정상의 만찬과 이날 오전 단독회담까지만 해도 나쁘지 않았던 회담 분위기가 확대회담에서 급반전한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특히 언론 접촉에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확대회담을 진행하던 도중에 취재진이 회담장으로 들어가서 돌발질문을 던지는 장면도 방영됐다. 이때 김 위원장은 “비핵화 의지가 없다면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또 취재진이 종전선언과 연락사무소를 물었고, 김 위원장은 종전선언에 대해서는 확답을 하지 않았지만 연락사무소 설치에 대해 “양측에 환영할만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단독회담 모두발언에서 김 위원장은 “그동안 우리가 많이 노력해왔고, 이제 그것을 보여줄 때가 됐다”며 “오늘 훌륭한 최종적으로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에 비해 트럼프 대통령은 “저는 서두를 생각은 없다. 하지만 우리가 굉장히 특별한 것을 하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핵실험, 로켓실험이 전혀 없었다는데 대해서 김 위원장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2차 북미회담에서 양 정상이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채 끝난 상황에서 향후 북한의 비핵화 동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미국과 국제사회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면서 대북제재에 대한 강경 발언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날 합의가 무산된 것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 상황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견해가 일각에서 제시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 개인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이 27일 미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후보 대선캠프와 민주당 전국위원회 이메일이 해킹 등 불법행위를 폭로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 영변핵시설 동결 정도로 회담을 끝낼 경우 국내에 돌아가면 더욱 불리한 상황에 몰릴 가능성이 있어 북한과 애매한 합의보다 무산시키는 쪽이 나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갖기 위해 27일(현지시간) 베트남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하노이 호텔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V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