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한화투자증권을 비롯해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다수 관련된 1600억원대 중국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도 사건 여파가 길어지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단순 중개 역할이었기 때문에 법적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작년 5월 8일 한화투자증권은 특수목적회사(SPC) ‘금정제12차’를 통해 중국 에너지기업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의 역외 자회사(CERCG캐피탈)가 발행한 회사채 1억 5000만 달러어치를 담보(기초자산)로 삼은 ABCP(1646억원)를 발행했다. 이후 이를 현대차증권(500억원), KB증권(200억원) 등 국내 증권사들에게 판매했다.

ABCP는 만기에 원리금을 돌려주지 못해도 투자자가 담보를 챙기거나, 담보를 현금화시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어음이다. 보통 ABCP 발행시 신용도 높은 자산이 담보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당시 이 ABCP의 담보는 CERCG캐피털 회사채였다. CERCG 본사의 ‘지급보증’ 조건이 달려 있었기 때문에 가치가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한화투자증권이 ABCP를 판매한 지 단 3일 만에 CERCG 본사가 지급보증한 또 다른 자회사(CERCG오버시즈캐피털) 회사채가 부도를 내면서 문제가 복잡해졌다. CERCG캐피털의 회사채도 CERCG 본사 지급보증이 불이행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덩달아 부도 위험이 커졌다.

결국 ABCP의 만기가 돌아온 작년 11월 9일 CERCG캐피탈은 원리금을 채권자들에게 돌려주지 못했다. CERCG 본사는 지급보증을 이행하지 않아 해당 회사채는 부도 처리됐다. 국내 증권사들은 투자금 전액을 날린 셈이 돼버렸다.

한화투자증권으로부터 어음을 구매한 대형 증권사들은 한화투자증권에 주관사로서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증권은 ABCP 판매 실무자를 특정경제범죄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고소했고, 수사에 착수한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압수수색까지 진행하면서 갈등이 심화됐다. 

경찰은 한화투자증권 ABCP 판매 실무자가 어음의 지급보증 관련 사실을 얼마나 자세하게 인지하고 있었는지, 알고 있으면서도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부분이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지금까지 판매사와 피해 증권사 직원에 대한 참고인 조사는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다. 현재 판매 실무직원의 피의자 소환 조사를 남겨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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