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연속 비상저감조치에도 상황 악화
들끓는 민심에 정부 신뢰 추락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중국발 미세먼지 유입이 지속되면서, 정부가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닷새 연속 수도권에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하는 등 각종 대책을 쏟아부어도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전국을 뒤덮은 미세먼지가 쉽게 가시지 않는 가운데 5일 미세먼지 농도는 수도권·강원 영서·충청권·호남권에서 '매우 나쁨' 수준으로, 그밖의 권역에서는 '나쁨' 수준으로 확인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이날 "낮에 국외(중국)에서 미세먼지가 유입되면서 전 권역에서 농도가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전국적으로 초미세먼지(PM2.5, 단위는 ㎍/㎥) 수치는 100~130, 미세먼지(PM10, 단위는 ㎍/㎥) 수치가 200(대기질지수: Air Quality Index, AQI)을 넘는 지역이 속출하고 있다.

이러한 수치는 지난 1월말 태국 정부가 국가재난상황을 선포하고 일주일간 휴교령을 내렸던 수치(AQI기준 90㎍/㎥)보다 2배 이상이다.

이미 지난 5일간 서울과 경기도 평균은 AQI기준 120㎍/㎥에 달했다. 5일 수도권과 서해안 지역은 평균 200㎍/㎥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발 오염물질 영향은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지상관측자료 및 기상대기질모델을 이용해 종합 분석한 결과, 지난 1월11~15일 우리나라에서 관측된 사상 최악의 고농도 초미세먼지는 서쪽 중국 방향에서 흘러온 한반도 외부 오염물질로부터 받은 영향이 전국 지역별 최대 82% 등 평균 75%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발 초미세먼지의 주범인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증가하는 추세도 여전하다.

범부처 미세먼지사업단 우정헌 교수 및 김영성 한국외대 환경학과 교수 등 공동연구진은 2000~2015년간 중국의 주요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변화를 분석하고 "중국에서 VOCs는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한국대기환경학회지에 발표했다.

   
▲ 사진은 AirVisual 앱에 나타난 3월5일 오전6시10분 한반도 미세먼지 현황. AirVisual 앱은 전세계 80여개국 1만여개 지역의 정부 관측소 및 실시간 기록 데이터로 대기오염, 환경오염 수치를 제공하고 있다. PM 2.5·PM10·오존·이산화질소·아황산가스·일산화탄소 등 6개 주요 오염물질에 대한 집중적인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 한달 및 48시간 동안의 대기오염 변화 추이도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의 경우 미국 대사관·영사관 등에서 얻은 데이터로 정보 신뢰도를 쌓았다./사진=AirVisual 앱

다만 국내 배출량을 줄이려는 정부 노력은 일부 성과를 거두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리간지에 중국 생태환경부 부장(장관)을 만나 한중 환경장관회의를 갖고 "한국은 지난해 미세먼지 농도를 8% 줄였다"고 밝혔다.

문제는 지난해 국내 배출량을 8% 줄였고 지난 2월15일부터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시행해 노후경유차 운행을 제한하게 됐지만, 국외 요인을 억제하는 방안은 전무하다는 점이다.

대선 당시 30% 감축을 공약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최악의 미세먼지 사태에 근원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주무부처인 환경부가 발주한 미세먼지 연구용역은 2건에 그쳤다. 환경부는 경유차 제한 등 시민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임시방편을 내놓았다. 민주당은 "이명박정부 당시 디젤차 공급정책이 한 원인"이라며 전 정권 탓을 했다.

한·중·일 3국이 진행했던 '동북아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물질 공동연구'는 지난해 공개될 계획이었으나 중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앞서 중국은 2010년부터 베이징 등 대도시 주변 공장들을 남동부(허베이·허난·산둥성 등)로 옮겨 오염물질 배출원을 한반도 바로 옆으로 몰아넣었다.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 관계자는 "최근 기상요건으로 풍속이 낮아진 상태에서 국외 미세먼지가 들어오면서 오염효과가 커졌다"며 "중국발 황사까지 겹치면 미세먼지 농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 발생량을 줄이더라도 정부가 중국의 저감 노력을 강경하게 촉구하지 않는다면 문제 해결은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