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2일과 6일 각각 촬영한 북한 동창리 발사장 위성사진. 미세먼지 때문에 화질이 좋지 않지만 2일 발사장 중심부(1)에 있던 조립건물이 6일 80~90m 동남쪽 원래 위치(2번)로 옮겨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플래닛 랩스(Planet Labs).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소재 미사일 발사장을 원상복구시켰다는 미 언론의 보도가 7일(현지시간) 전해지면서 북한이 미국에 제재 해제를 본격 압박하기 시작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7일(현지시각) “동창리 발사장 내 이동식 조립건물이 작년 7월 해체되기 전 자리로 원상복구했다”고 보도했다. 

VOA는 민간 위성업체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6일자 위성사진을 살펴본 결과 “발사장 내 조립건물이 동쪽으로 80~90m 이동해 해체 이전에 머물던 지점으로 옮겨졌다”며 “바로 옆에는 이동이 불가능한 주 처리 건물이 있다”고 전했다. 

이 조립 건물은 로켓 등 발사체를 수직으로 세워 발사대로 옮기는 작업을 하는 공간이다. 지난해 7월 해체된 이후 건물 자재들이 발사장 중심부에 놓여있었지만 지난달 중순부터 이 자재들이 옮겨지는 등 공사 움직임이 인공위성에 포착됐다. 

군사전문가이자 위성사진 분석가인 닉 한센 스탠포드대학 국제안보협력센터 객원연구원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조립 건물이 약 2주라는 짧은 기간 안에 원래 자리로 되돌아갔다는 것은 건물의 이동에 필요한 선로 등이 한 번도 해체된 적이 없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어 “그동안 공개된 위성사진에서 동창리 발사장 내 해체된 자재들이 가지런히 땅에 놓여있었는데 언제든 다시 조립해 재가동하기 위한 것”이라며 “건축 자재들은 각각 개별 번호가 매겨져 관리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임스 마틴스 비확산센터의 데이비드 슈멀러 연구원도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위성사진을 분석해보면 지난달 18~23일 사이 각종 재료들이 동창리 시설에 도착했고, 26일 조립건물이 재조립된 것으로 보인다”며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압박을 가하기 위해 복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북한은 과거에도 폐기를 약속한 시설을 일부만 해체한 뒤, 협상에 진전이 없을 때 압박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고 덧붙였다. 

앞서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도 “북한이 서해 장거리 미사일 발사장(동창리 발사장)을 신속 재건하고 있다”고 밝혔고,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도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2일 사이 레일 식 이동 건축물이 재조립되고 있으며 벽과 새로운 지붕도 추가됐다”고 전한 바 있다.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복구 움직임은 우리나라 정보기관을 통해서도 알려졌다.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전날 국회 정보위 간담회에서 “(동창리 발사장) 철거 시설 중 일부를 복구하고 있다. 지붕과 문짝을 달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은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에 담긴 것으로 5조에 ‘북측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하였다’라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북한이 2차 북미정상회담을 진행하면서도 남북 간 합의 사항을 준수하지 않은 것이 된다.

특히 CSIS가 재건 중이라고 지목한 수직 동창리 미사일 시설의 엔진시험대는 탄도미사일과 우주 발사체 엔진을 시험 개발하는 데 사용되는 핵심시설로 알려져 있다. 궤도식 구조물 역시 미사일 발사 직전 발사체를 조립하는 중요 시설이다.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은 2016년 2월 장거리 미사일이 발사되는 등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을 과시하는 장소인 만큼 앞으로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추가적인 움직임을 보이면서 미국을 향한 압박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