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민 “중재자 버리고 당사자돼야” 고유환 “비핵화 로드맵 나와야 3차 북미정상회담 가능”
[미디어펜=김소정 기자]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빅딜 카드’를 내민 것은 북측의 비핵화 의지를 시험해본 것으로 3차 정상회담이 열리려면 ‘비핵화 로드맵’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반도평화번영포럼과 국회입법조사처가 오늘(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제2차 북미정상회담 평가 세미나에서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하노이회담을 대서특필한 것을 볼 때 실무합의가 만들어졌을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빅딜 카드를 내밀고 북측의 의지를 시험해 본 것이다. 스몰딜이나 미들딜로는 국내적으로 역풍이 만만치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 교수는 “미국은 생화학무기를 포함하는 모든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하면 미래를 보장하고 경제제재를 완화해서 북한이 원하는 경제발전을 보장해주겠다 한 것 같다”며 “하지만 북한은 신뢰 조성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단계별로 이행하고 검증하자는 입장인 것 같다. 또 이제 중국이 북한의 체제안전 보장과 경제발전에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빅딜을 하다가 협상이 깨졌기 때문에 앞으로 협상의 여지는 열려 있다고 봐야 한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협상단을 북으로 보내겠다고 한 것은 모든 관심사를 다 드러냈기 때문에 판이 커졌다고 본 것 같다”며 “하지만 3차 북미정상회담은 전체적인 비핵화 이행 로드맵이 만들어지고 초기 조치가 이행되어야 성사될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날 지금 상황에서 북미나 남북 양자회담만 하지 말고 6자회담 등 다자회담을 부활시켜서 협력해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과거 90년대 초 제네바합의가 만들어질 시기 임동원 외교안보연구원장을 수행해서 북한과 평화협정안을 만든 경험을 말하면서 “북한은 당시에도 평화협정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고유환 교수의 6자회담 제안에 대해 “다자간 협력 모색은 합리적이고 바람직하지만 북한이 절대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전 원장은 “북한이 생존을 걸고 핵무장에 성공한 것은 파키스탄과 인도, 이스라엘의 전철을 밟으려는 것이다. 북한이 미국과 비핵화 협상에 나선 것은 파키스탄, 인도, 이스라엘처럼 핵보유국을 묵인해달라는 것”이라며 “북한이 오랫동안 해온 협상의 구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 핵보유국가들의 실패와 성공을 가른 것이 대미관계였다.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확신을 줘야 성공했다”며 “북한이 미국과 담판을 벌이면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수소폭탄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으로 딜을 시작한 것을 주목해야 한다. 바로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 그러니 파키스탄, 이스라엘처럼 묵인해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윤 전 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란 말에 모순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며 “중재는 중립해야 가능하고, 그래서 정보공유도 못하고 조율된 입장도 못 만든다. 중재자에게 협상전략을 왜 알려주겠냐“고 지적했다. 

윤 전 원장은 “우리가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재자가 아니라 당사자라는 입장에서 우리 문제라고 해야 가능하다”면서 “북한을 상대로 핵폐기 없이는 평화는 없다. 북한경제 회생도 없다는 현실을 알려줘야 한다. 북한경제를 빠르게 회생시키려면 해외투자가 필요한데, 정상국가가 아닌 북한에 국제금융기관에서 대규모 국제자금을 투자할 리가 없고, 정상국가가 되는 기준은 핵폐기 여부뿐이라고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V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