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성립하기 힘들어…내부보고 개념”
[미디어펜=김동준 기자]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한 성창호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가 검찰 기소 대상에 오르자 정치권 안팎의 후폭풍이 거세다. 당장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기소 자체가 정권의 입맛에 맞춘 정치보복”이라는 반발까지 나오는 형국이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최근 성 부장판사를 기소 대상에 올렸다. 2016년 5월부터 9월 사이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를 맡았던 성 부장판사가 ‘정운호 게이트’ 관련 수사기록이나 영장청구서 등을 법원행정처에 보고(공무상 비밀누설)했다는 이유에서다.

◆ “공무상 비밀누설?…혐의 성립하기 힘들어”

검찰이 성 부장판사를 기소 명단에 올리자 정치권은 즉각 반응했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가 타당한지에 물음표를 던지며 법리적인 지적을 내놨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7일 라디오에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에 대해서 이론(異論)이 많이 있다”며 “널리 알린 부분이 아닌데, 비밀누설에 해당하느냐는 법적 논란이 상당히 있을 거라고 본다”고 했다.

반면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사법 농단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한국당에 맞서지만, 적극적인 대응은 자제하는 눈치다. 자칫 ‘김경수 구하기’라는 오해를 살 여지가 있어서다. 이날 민주당 지도부는 성 부장판사와 관련한 어떤 발언도 내놓지 않았다.

일단 법조계에서는 한국당의 주장과 궤를 같이하는 견해가 나온다. 법원행정처에 보고한 행위만으로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가 성립하기 힘들다는 논리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외부나 언론, 사건 당사자에게 이야기한 것도 아닌데 공무상 비밀누설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상식에 반한다”며 “법원 조직원으로서 내부보고를 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반대 의견도 법조계 내에 있다. 판사 출신의 서기호 변호사는 지난 6일 라디오에서 “수사기록은 검찰에서 보관하는 것인데, 수사 과정이 외부에 알려지면 수사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며 “(수사기록은) 밀행성의 원칙이라고 해서 비밀을 유지하게 돼 있다”고 했다.

◆ “김경수 실형 판결에 따른 정치보복”

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야권은 성 부장판사가 기소 명단에 오른 게 김 지사 실형 판결에 따른 정치보복이라고 해석한다. 황교안 당 대표는 “성 부장판사 기소는 누가 봐도 명백한 보복이고 사법부에 대한 겁박”이라며 “앞으로 어떤 판사가 정권에 불리한 판결을 내릴 수 있겠나”라고 했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성 부장판사가 기소 명단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자니 기가 막히고 가슴이 떨린다. 드루킹 판결에 대한 보복이 아니면 뭐냐”라며 “군사정권 때에도 사법부독립의 원칙, 삼권분립의 원칙이 권력에 의해 무너진 적은 없었다”고 날을 세웠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의 정치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마저 들린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은 전날 성명서에서 “성 부장판사 기소는 여당의 헌법 위반적 겁박에 이어 사법농단 세력에 대한 정권 차원의 보복”이라며 “적폐수사 과정에서 피의사실을 언론에 무차별 공표해 여론재판을 주도했던 검찰은 이 정권이 보여준 내로남불의 극치”라고 꼬집었다.

   
▲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는 1월30일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일당의 댓글순위 조작에 가담한 사실 등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댓글조작 혐의에 대해 징역 2년의 실형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자료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