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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외면하는 서울시 제로페이…관치의 비극
소비자계좌에 잔고있어야 사용가능·결제도 불편
체크·신용카드 능가하는 인센티브 없어
승인 | 김규태 기자 | suslater5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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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9-03-09 10:3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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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제로페이로 결제하겠다는 손님이 지난 열흘간 한명에 불과했다. 상인이 권하기 전에 손님이 (제로페이를) 찾으면 우리가 알아서 준비하고 손님들에게 권장한다. 서울시장이 독려해서 공무원들이 곳곳에 나선다 한들 우리가 뭘 어떻게 하냐."

"우리에게 홍보해서 무슨 소용이냐. 걸리는 시간도 그렇고 결제과정도 그렇고 소비자가 불편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제로페이 도입해봤자 손님들이 찾지 않는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박원순 서울시장·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5일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을 방문해 제로페이 시연까지 했지만, 이날 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제로페이의 한계를 토로했다.

명분과 실익이 따로 놀아 소비자들이 외면하는 서울시 제로페이, 관치의 비극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서울시는 스마트폰 간편결제를 통해 결제수수료 최저 0%(연매출 8억 원 이하 소상공인의 경우)까지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낮춘 제로페이 시범서비스를 지난해 12월20일부터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먼저 시작했다.

시범시행 80일째이지만, 소비자이용률은 지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지난 6일 보도설명자료에 따르면, 2월 일평균 제로페이 결제금액은 1893만원으로 전월 대비 108% 증가했다. 하지만 2월 한달간 결제금액은 5억3000만원으로 올해 국내 개인카드(신용·체크·선불) 월 결제금액 58조원의 0.0009%에 불과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서울시는 향후 소비자의 사용편익 증진을 위해 포스 연동시스템을 개발해 가맹점을 더 확대하고, 제로페이 포인트로 온누리상품권 및 지역상품권을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제로페이를 통해 공용주차장, 문화시설과 같은 공공시설의 이용료 할인도 추진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이달말부터 '모바일티머니'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제로페이를 사용하면 결제액 1∼2%를 'T-마일리지'로 돌려준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3월5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및 관계자들과 함께 신원시장을 방문해 제로페이존에서 제로페이 시연을 하고 있다./사진=서울시

관건은 공급자만 압박하는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에 소비자들이 진짜 원하는 유인책은 안중에도 없다는 점이다.

소비자가 스마트폰으로 QR 코드를 찍으면 소비자계좌에서 판매자계좌로 돈이 이체되는 방식으로 결제가 진행되기 때문에 소비자계좌에 구매액을 넘는 잔고가 있어야 사용가능하다.

결제 과정도 불편하다. 제로페이를 통해 소비자가 돈을 이체하면 판매자가 즉시 계좌이체 여부를 제로페이를 통해 확인해야 하는데 30초~1분이라는 시간이 소요된다. 10~15초에 불과한 신용카드 결제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소비자는 결제 과정에서 더욱 불편하다. 제로페이 앱을 열어 로그인해서 상인 계좌정보가 포함된 QR 코드를 찍은 후 결제금액을 직접 입력하고 결제비밀번호까지 눌러 계좌이체를 마쳐야 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은 지난 6일 이에 대해 "제로페이는 정부가 카드 시장에 개입해 민간기업과 경쟁하겠다는 발상으로 시작됐다"며 "가맹점 수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제로페이를 이용할 실익이 있는지, 신용카드가 아닌 제로페이를 선택할 유인이 있는지 중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향후 정부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를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연말정산에서 사용액 40%를 소득공제 받을 수 있는 제로페이를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풀이되지만, 카드업계는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시민사회단체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러한 방침이 소비 활성화에 악영향을 끼치고 민간 카드서비스 혜택을 강제로 축소해 사실상 증세 효과를 일으켜 조세저항을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소상공인 카드수수료 부담 경감에만 초점을 맞춰 소비자 선택을 제한하고 거래비용을 통제하려는 정부의 시도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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