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유진 경제부 기자
[미디어펜=박유진 기자] "아이 씨… 아가씨, 나 이것 좀 봐줘요. 제로페이 가입하려는데 자꾸 실패해.”

퇴근길에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주인 남성이 대뜸 도움을 요청했다. 소상공인 간편결제 서비스인 '제로페이'에 가입하려다 실패했는지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고 온 그는 자신의 개인정보가 담긴 메모장을 보여주며 대신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종이에 적힌 대로 제로페이 앱(App)상에는 정확한 정보가 입력돼 있었지만 어쩐 일인지 번번이 실패했다. 이후 그는 콜센터 상담사와 기자를 오가며 묻고 또 묻길, 한참이 지나서야 가입을 완료했다.

가입에 실패했던 첫 번째 이유는 아이디의 첫 글자를 대문자가 아닌 소문자로 입력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최대 8자리까지만 입력 가능한 생년월일을 잘못 기재해놓고 수정하는 버튼을 몰라 가입에 실패한, 그야말로 스마트폰에 미숙해 일어난 황당 실수였다.

작은 도움이었지만 그는 고마웠는지 식사 후 음식값을 거부해 한동안 실랑이를 벌였다.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던 주인 여성은 그 모습에 답답했는지 기자에게 이렇게 소리쳤다. "아이고! 고마워서 그렇지. 온종일 안됐는데…"

식당을 나와 집으로 돌아가며 문득 우리 사회의 혁신이 너무 급하게 돌아가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최근 정부는 국가 장려 차원에서 전 산업에 디지털화를 주문하고 있다. 디지털 도입을 조금이라도 늦추면 글로벌 사회에서 금방 도태된다는 식의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2030세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중장년층은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다.

누군가는 배우고 익숙해지면 된다고 하지만 온종일 식당에 앉아 영업하는 자영업자가 그런 교육을 받을 리 만무하다. 그들에게는 핀테크(Fin-Tech) 혁신 기술로 이룬 수수료 0%의 파격 혜택도 결국 귀찮고 화가 나는 일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부와 사회 또한 이러한 현실을 알면서도 보급에만 신경 쓰는 모습이다. 디지털화에 따라 점포를 축소하고 있는 금융권의 경우 고령자를 대상으로 디지털 금융 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요즘도 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앞에 가보면 줄을 서 있는 중장년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또 정부가 혁신이라 자부하는 인터넷전문은행에서도 40대 이상 고객 비율은 극히 적은 게 현실이다.

혁신은 같은 조건이라도 더 많은 혜택을 주고 누구에게나 편리함을 줘야 한다. 하지만 국내 핀테크 산업의 현주소를 보면 오히려 사회 양극화만 부추기는 모양새다.

디지털에서 소외된 이들은 수수료 0%나 비대면 상품의 우대 금리는 그저 먼 나라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들과 달리 핀테크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각종 디지털 앱(App)을 이용해 더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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