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작년 4월부터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케이프투자증권이 노사갈등 등 뜻밖의 난항에 부딪혀 ‘연내 상장’ 목표에 적신호가 켜졌다. 증시상황마저 우호적으로 따라주지 않아 무리해서 상장을 해도 공모가가 기대치를 밑돌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케이프투자증권의 연내 IPO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작년 4월부터 하나금융투자와 상장주관 계약을 맺고 IPO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후로 주변 여건이 상장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 사진=케이프투자증권


일단 국내 증시가 약세장으로 돌아서면서 증권업종이 전반적으로 저평가될 가능성이 있다. 아무리 신규 상장주라고는 해도 주가 상승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지난 8일 기준 국내 증시에 상장된 주요 증권사 곳 중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0을 넘긴 곳은 키움증권(1.17배)이 유일하다. 

메리츠종금증권(0.98배)과 골든브릿지증권(0.91배), NH투자증권(0.80배), 이베스트투자증권(0.75배) 등이 그나마 1.0에 가깝지만 상당수 증권사들은 0.5배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는 해당기업의 자산가치보다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설상가상으로 케이프투자증권은 최근 노사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리테일 직군 임금 문제로 촉발된 갈등은 좀처럼 봉합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지노위) 중재로 노사 측이 다시 교섭을 재개했지만 전망은 여전히 좋지 못하다.

사측은 리테일 영업직군의 급여를 성과에 따라 ‘무제한 삭감’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노조 측과 충돌했다. 이후 지노위의 중재에 따라 현재는 임금 삭감폭을 최대 50%로 낮추겠다고 물러섰다. 그러나 노조 측은 ‘규모가 비슷한 다른 증권사들의 급여지침을 고려해도 50% 삭감은 지나치다’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갈등이 깊어지면서 케이프투자증권은 2년 단위의 임금 단체교섭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1년 단위의 임금교섭조차 밀려 2017년, 2018년, 2019년 임금교섭을 체결하지 못했다. 이후 인력 유출이 이어져 작년 한 해 9명이 케이프투자증권을 떠났다. 직원 감소비율(-4.2%)은 업계에서 세 번째로 높았다.

회사 측은 일단 상장 준비는 계속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임태순 케이프투자증권 대표는 최근 “상장을 위한 준비는 하겠지만 시기를 확정하긴 어렵다”면서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구체적인 상장 시기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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