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의장 “논란이 될 발언” 지적에도 나경원 “역시 민주당 소속 의장”
   
▲ 1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됐다./미디어펜

[미디어펜=김동준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1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고성으로 점철됐다. 나 원내대표가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고 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연설 같은 연설을 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의원 10여 명은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이 과정에서 20여 분 이상 파행이 이어졌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단상으로 나가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항의했다. 한국당에서는 정용기 정책위의장과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가 가세했다. 뒤이어 나온 이철희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권한대행과의 몸싸움도 벌어졌다.

문 의장이 “발언을 계속하라”고 주문했음에도 민주당 의원들의 흥분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되레 “사과해”를 연호하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박수로 응수했다.

민주당 측 항의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나 원내대표는 “저는 이 자리에서 연설을 마칠 때까지 내려갈 수 없다. 조용히 해 달라”며 “여러분의 귀 닫는 자세, 이런 오만과 독선이 대한민국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여러분의 의견은 정론관에 가서 말해달라”며 “여러분이 사과하라고 한다고 내가 사과하겠나”라고도 직격했다.

소란은 문 의장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나서야 진정됐다. 문 의장은 “국회는 이렇게 하는 데가 아니다”며 “청와대 스피커란 이야기를 듣고도 참았다. 아무리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도 경청해서 듣고, 그 속에서 타산지석으로 배울 건 배우는 게 민주주의”라고 했다. 이어 “내가 볼 땐 상당한 논란이 될 발언을 했다”며 나 원내대표가 연설을 계속하도록 했다.

이에 나 원내대표는 “문 의장의 일부 발언에는 동의하지만, 일부는 역시 민주당 소속 의장이구나 생각했다”며 연설을 이어갔다.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던 중 더불어민주당 측의 강한 반발을 받고 있다./미디어펜

나 원내대표는 나머지 연설 부분에서도 민주당의 선거제 및 개혁법안 패스트트랙 추진, 문재인 대통령의 ‘빨갱이’ 발언, ‘https 접속 차단’ 논란 등을 날 세워 비판했다. 민주당 의석에서는 간간이 야유가 나왔지만, 앞선 상황 이상의 소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날 연설은 초장부터 파행의 기미가 감지됐다. 나 원내대표의 “한미 간 엇박자가 점차 심해지고 있다”는 발언에는 “사대주의냐” “농담하지 말라”는 비아냥이 흘러나왔고,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위헌”이라는 대목에서부터는 본격적인 민주당 의원들의 항의가 시작됐다.

그럼에도 나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을 겨냥 “한강의 기적의 역사가 기적처럼 몰락하고 있다. 일자리 정책에 54조 원을 썼지만, 결과는 19년 만의 최악의 실업”이라고 꼬집었다.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는 “한미동맹만이 문제가 아니다”며 “반미, 종북에 심취했던 이들이 이끄는 운동권 외교가 이제 우리 외교를 반미, 반일로 끌고 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