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작년 봄 배당사고 이후 영업정지 제재를 받았던 삼성증권이 지난 1월말부터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영업정지 이전과 대비해 봐도 매우 적극적인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점, 대어급 회사가 아닌 기술특례 제도를 적용받은 회사들의 상장을 돕고 있다는 점에서 ‘장석훈 리더십’의 면모가 드러난다는 지적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이 올해 IPO 시장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단 삼성증권은 금융당국의 영업정지 제재가 풀린 지난 1월말 셀리드의 IPO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다. 이번 달에는 아모그린텍의 상장을 준비 중이다. 

   
▲ 사진=연합뉴스


삼성증권은 작년 4월 배당사고를 일으킨 이후 7월말부터 ‘6개월간 신규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올해 1월 제재 종료가 된 시점의 CEO는 장석훈 대표이사로 변경됐다. 장 사장 취임 이후 삼성증권은 자산관리(WM)와 투자은행(IB) 부문 간의 협업을 강조하는 등 전과는 다른 전략을 내세웠다.

특히 이번 IPO 주관의 경우 두 회사 연속 ‘기술특례 제도’를 적용받은 기업이라는 점이 화제다. 기술특례 상장 제도는 영업실적에서 적자를 냈더라도 우수한 기술을 인정받은 기업에 한해 상장에 특혜를 주는 제도다. 물론 세전이익과 자기자본 등 재무상태가 기준치를 충족해야 한다.

올해 기술특례 상장 제도를 적용받아 상장했거나 상장을 준비 중인 곳은 이노테라피와 셀리드, 아모그린텍 정도다. 이 중 2개사의 상장 주관을 삼성증권이 맡고 있는 것이다. 이는 상장주관에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았을 뿐더러 ‘우량회사’를 선호한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던 예전의 삼성증권과는 결이 다른 행보다. 

일단 지난달 20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셀리드의 흥행 성적은 합격점을 받고 있다. 지난 1월말 진행된 수요예측에서 778.77:1의 경쟁률로 높은 관심을 받았고, 지난달 11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공모청약에서도 경쟁률은 무려 818.83대 1까지 치솟았다. 상장 후 주가 흐름도 좋아서 현재 셀리드의 주가는 공모가 3만 3000원을 뛰어넘어 5만원 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와 같은 흐름이 아모그린텍으로까지 이어질 것인지는 미지수다. 전기차와 5G, 에너지저장장치(ESS)와 관련한 부품 소재를 개발·공급하는 아모그린텍은 기술 측면에서는 많은 기대를 받지만 재무제표 상으로는 아직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다(작년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 21억원). 기술특례 제도를 적용받긴 했지만 투자자들이 얼마나 우호적으로 이 회사의 가치를 판단해 줄지는 알 수 없다.

현재 수요 예측이 진행 중인 아모그린텍의 공모희망가는 8800~9900원이며 공모주식수는 412만 8000주다. 공모가가 확정되면 오는 19일부터 이틀간 청약을 실시한 뒤 오는 29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다는 계획이다.

만약 아모그린텍까지 흥행에 성공한다면 삼성증권은 영업정지 이후 2연속 ‘기술특례 상장 성공’이라는 특별한 이력을 갖게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증권이 아직 영업손실에서 벗어나지 못한 기술특례 기업의 상장주관을 맡는 건 전과는 다른 모습”이라고 짚으면서 “취임 이후 조직개편을 단행한 장석훈 사장이 경영전략 면에서도 색다른 시도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1963년생인 장석훈 대표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위스콘신대학교 경영학 석사과정을 졸업한 뒤 1995년부터 23년간 삼성증권에서 일하고 있는 ‘삼성맨’으로 손꼽힌다. 배당사고 이후 구성훈 전 대표가 사임한 이후부터 직무대행으로 투입돼 현재는 대표이사직을 수행 중이다. 

장 대표는 취임 이후 리서치센터와 투자전략센터를 통합한 ‘리서치센터’를 출범시키고 영업조직을 사업부에서 ‘본부’로 승격하는 등 발 빠른 조직개편에 나섰다. 결과적으로 삼성증권은 지난 3분기 국내 증시가 침체에 빠진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예상보다 양호한 실적을 거둬 장 사장이 ‘구원투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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