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면서도 묵직하고 복잡한 맛 구현...수입맥주 보다 뒤지지 않아
   
▲ 하이트진로가 13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공개한 맥주 신제품 '테라'./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목 넘김이 시원하면서도 묵직하다. 단순하지만 복잡하고, 무거운듯하면서도 날카롭다."

13일 하이트진로의 맥주 신제품 '테라'를 직접 맛보고 떠올렸던 생각이다. 사람을 처음 볼 때 한 번에 파악하기 힘들 때가 있다. 아주 복잡하고 비밀이 많을 것 같은, 모든 걸 다 오픈할 것 같으면서도 오픈하지 않는, 그러나 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을 것 같은, 그런 사람을 만난 기분이었다. 

한국 맥주에 대해서는 '싱겁다', '맛없다'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테라'는 이런 고정관념을 씻겨내기에 충분한 맛이었다. 

테라를 맛보기 전 패키지로 처음 접했을 때는 칭따오와 하이네켄, 태국맥주 창, 탄산수 페리에 등이 떠올랐다. "한국 브랜드가 그렇지 뭐"라는 고정관념이 있어서인지 어디를 카피한 냄새가 강했다. 

하지만 테라를 직접 맛보고 그런 고정관념은 사라졌다. 연거푸 3잔을 마실 정도로 목 넘김이 좋았고 복잡미가 느껴졌다. 가볍고 묵직함의 중간값을 잘 찾은 듯했고 싱겁지 않은 신선한 맛을 구현한 듯했다. 

국산 맥주와 비교했을 때는 오비맥주의 '카스'와 롯데주류의 '클라우드'의 장단점을 잘 찾은 맛이었다. 카스가 시원하기는 하지만 싱겁다는 단점이 있지만 테라는 카스보다 진하고 복잡한 맛이었다. 클라우드는 라거임에도 에일처럼 묵직한 맛이지만 테라는 클라우드처럼 묵직하지만 좀 더 날카로운 맛을 지닌 듯했다. 

하이트진로 측은 청정지역인 호주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 맥아를 100% 사용했고 100% 리얼탄산이라며 '청정맥주'를 강조했다. 굳이 이런 걸 강조하지 않더라도 무엇보다 맛이 좋아야 한다. 그런 점에 있어서 테라는 맛의 접점을 잘 찾은 듯했다. 수입 맥주들과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는 맛이다.

단지 패키지로만 봤을 때는 한국 맥주라는 걸 알기 힘들었다. 'TERRA', 'Australian Golden Triangle' 등 영어로만 쓰여 있고 모르는 사람이 이 제품을 봤을 때는 호주 맥주로 착각할 여지도 있어 보였다. 

전 세계를 대표하는 브랜드들은 자국의 정체성을 숨기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브랜드나 패키지만 봐도 일본 맥주인지 미국 맥주인지 구분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는 한국 맥주로서의 정체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게 아쉽다. 

치열한 맥주시장 경쟁에서 대박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존재감은 확실히 알릴 맥주로 보인다. 오랜만에 제대로된 한국 맥주를 만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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