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12일 금융당국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 신청
법 위반 전력 있어 탈락 우려도…경미성 인정 촉각
[미디어펜=박유진 기자] KT가 케이뱅크의 주인이 되고자 금융당국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하면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KT는 지난 2016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어 현행법대로라면 인터넷은행의 대주주가 되지 못한다.

대주주가 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금융위원회가 법 위반 사실을 재량으로 경미하다고 인정했을 때인데 현재까지 그 기준과 허용 사례가 없어 금융당국은 고심하고 있다.

   
▲ 서울시 종로구 소재 케이뱅크 본점 모습/사진=미디어펜DB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T는 지난 12일 금융위에 한도초과보유주주 심사를 신청했다. 케이뱅크가 지난 1월 말 59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결의를 함에 따라, KT가 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늘려 대주주가 되겠다는 계산에서다.

정부는 올해 초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 한해 인터넷전문은행의 소유를 허용해주는 특례법을 통과시켜 KT가 케이뱅크의 대주주가 되는 건 무리가 없다.

변수는 특례법 조항에 따라 최근 5년간 금융 관련 법령,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 경우 KT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해 대주주 탈락 요건을 갖추고 있다. KT는 지난 2016년 서울도시철도 IT시스템 운영업자 선정 과정에서 포스코ICT, 롯데정보통신과 담합한 혐의로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 당시 이들은 공정위원회로부터 과징금 폭탄과 함께 검찰에 고발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 KT 광화문 사옥 전경/사진=KT 제공

이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KT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한 것은 금융당국의 재량 판단 요건 때문이다.

벌금형 이하 범죄 사실에 대해선 금융당국이 법 위반 내용의 경중을 따져봐 경미하다고 인정하면 대주주 자격을 부여한다. 이는 금융위의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결정되는 사항으로 KT로선 경미성 인정에 기대감을 걸고 있다.

문제는 경미성에 판단 기준과 과거 인정 사례가 한 건도 없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은행업권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했던 이들 중에는 법령에서 정한 벌금형 등을 선고받은 사례가 없었고, 결국 경미성을 판단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금융당국으로선 이번 판결로 새로운 사례를 제시해야 하는 입장인데 추가로 진행될 인터넷은행 인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신중을 기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현재까지 경미성을 판단하는 기준도 없고 인정한 사례도 없었다"면서 "경미성 여부는 개별 사안마다 일일이 판단해야 할 문제인데, 근본적으론 관련 법 위반이 은행의 대주주로서 부적합한지(은행 산업 저해 요소)를 토대로 협의체가 판단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심사 절차의 경우 60일 이내에 결론을 내야 하지만 KT의 주금납입일은 그보다 이른 다음 달 25일로 예정돼 있어 단축될 가능성이 높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통과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KT가 돈을 납부할 수 없는 게 현실로 금융당국은 그 이전에도 결론을 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판단에 따라 향후 법 개정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나온다. 보수적인 금융업권의 영업 방식과 달리 ICT기업들 중 관련 법을 위반한 사례가 많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의 경우 1회에 그치는 게 아니라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져야 하는 문제라 경쟁과 혁신 차원에서 이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팽팽하다.

   
▲ 1월 23일 열린 제3 인터넷은행 인가 설명회에서 참석자들이 인가 설립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미디어펜DB

금융당국 또한 이같은 우려를 인식해 향후 상황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 1월 23일 열린 제3 인터넷은행 인가 설명회에서 전요섭 금융위원회 과장은 "새롭게 규정된 특례법에는 지분 보유 규제를 완화하되 대주주 규제 측면을 강화한 게 있다"며 "전반적으로 봤을 땐 지난번 은행법 체계 아래의 규제와 운영하는데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과당 규제가 특별히 원인(인가 흥행 저조)이 됐는지는 이번 인가를 운영해나가면서 봐야할 것이다"며 "1월 17일에 법이 시행됐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는 이번 인가를 진행한 뒤 추가적으로 판단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야가 힘들게 협의해 특례법을 통과시킨 상황에서 당분간 법을 개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게 상식적이다. 또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인터넷은행의 추가 설립에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채이배 의원실 측은 이날 미디어펜과의 전화 통화에서 "정부는 금융 혁신을 위해 인터넷은행의 추가 설립을 외치고 있지만, 기존 인터넷은행도 제역할(서민금융 등)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며 "은행이 아닌 결제사업자와 같은 핀테크 업체를 육성하는 방법으로도 충분히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데 무턱대고 은행만 설립하려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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