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확대 및 유지 55.2%…"축소 비중, 확대보다 많아"
"에너지전환, 세계적 추세"…원전 수출 행보와 엇갈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문재인 정부가 '재생에너지 3020'을 비롯한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하면서 관련 설문조사 결과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지만 이와 관련해 진영논리에 맞는 해석이 나오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한국리서치가 한국태양광산업협회의 의뢰를 받아 지난 6일부터 11일까지 전국 만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재생에너지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2차)'를 진행한 결과 바이오 에너지 발전 비중을 '현재보다 늘려야 한다'는 비율이 63.9%에 달했다.

이어 태양광(62.7%)·풍력(59.3%)·원자력(23.4%)·LNG(21.9%)가 뒤를 이었으며, 석탄은 4.0%로 나타났다. 태양광 발전 비중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선택한 비중(24.1%)은 지난 12월 실시됐던 1차 조사결과 대비 7%포인트 늘어났다.

협회는 "원전과 석탄의 경우 늘려야 한다는 응답보다 줄여야 한다는 응답이 더 높았고, 나머지 에너지의 비중은 늘려야 한다는 응답이 더 높았다"고 말했지만, '현재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률은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어떤 의도를 갖고 끼워맞추기식으로 해석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의 경우 '현재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비중이 절반을 넘는 53.2%를 기록했다. 1차 조사와 비교하면 '늘려야 한다'는 16.6% 감소했으며, '줄여야 한다'는 4.4% 늘어났다. 원자력도 '현재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를 합하면 전체의 55.2%가 원자력 발전 비중 축소에 반대하고 있음에도 이를 제외하고 비교를 단행한 것이다.

이는 앞서 지난달 한국원자력학회가 발표한 '제3차 원자력발전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와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조사에서 원전 비중을 '늘려야 한다'와 '현재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각각 35.5%, 32.2%로 집계됐다. 다만 학회는 "국민 대다수는 원전 이용을 찬성한다"고 했으나, 확대가 축소 대비 4.4%포인트 높다는 것을 들어 '원전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았다.

협회와 1차 조사결과를 공동으로 발표한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설문조사 결과에서 나오듯 대부분의 국민들이 이미 에너지전환정책이 꼭 필요한 정책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1차와 2차 조사 결과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어느정도로 늘려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찾을 수 없었다는 점에서 원전과 석탄 발전 비중 축소가 탈원전·탈석탄과 동일한 의미라고 가정하지 않는 이상 나올 수 없는 결론으로, 알바 축소를 폐업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논리다.

   
▲ 에너지원별 비중에 대한 조사결과/사진=한국태양광산업협회


산업통상자원부와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총장 등도 2017년 글로벌 재생에너지 투자액이 원전 대비 17.5배 가량 많았던 것을 근거로 에너지전환이 세계적 추세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실제로 탈원전을 꾸준히 추진하는 국가는 독일·스위스·벨기에·한국 등 4개국에 지나지 않는다. 

이 중 독일은 프랑스를 비롯한 인접국가의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를 대량 수입하고 있어 탈원전으로 보기 어렵다는 논란이 일고 있으며, 원자력 발전량이 태양광과 풍력 대비 2.2~5.5배 높다는 점에서 단순히 투자액이 많다고 에너지전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이같은 '뷔페식' 해석이 가장 극단적으로 나타났던 것이 신고리 5·6호기공론화위원회다. 이 위원회는 국무총리 훈령에 따라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또는 중단에 대해서만 입장을 표명할 수 있었음에도 궁극적으로 원전을 축소해야 한다는 내용의 권고안을 제출했고, 정부는 이를 근거로 탈원전 로드맵을 만들었다.

이와 관련된 비판이 제기되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원전 문제는 공론화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정리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반론을 폈다. 국무총리 훈령에 대한 월권이 자행됐음에도 청와대가 이를 바로잡기는 커녕 손을 들어준 것이다.

에너지전환이 세계적 추세라는 말이 맞다면 대통령, 산업부 장관,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이 아랍에미리트(UAE)·체코·루마니아·영국 등 세계 곳곳을 누비며 원전 수출을 타진하는 한국의 행보를 어떻게 설명할지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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