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이용규가 시즌을 앞두고 트레이드를 요청했고, 한화 구단은 육성군(3군)행 지시를 내렸다. 선수와 구단이 갈등을 폭발시킨 모양새다.  

한화의 베테랑 외야수 이용규(34)가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구했다는 소식이 지난 15일 밤 전해졌다. 이용규는 앞서 11일 한용덕 감독에게 먼저 트레이드 요청을 했으며, 15일 구단 관계자와 만나 재차 트레이드를 요구했다. 선수의 공개적인 트레이드 요구에 당황한 한화 구단은 16일 내부 논의를 거쳐 이용규에게 육성군으로 가라고 통보했다.

정규시즌 개막이 1주일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FA 계약을 한 지 두 달도 안된 선수가 트레이드 요청 파문을 일으키며 팀 전력에서 제외됐다. 전례가 없는 일이고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용규는 도대체 왜 그랬을까.

이용규는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첫 소식을 전한 SPOTV를 통해 "지금은 내가 입을 열 단계가 아니다. 팀을 떠나는 것이 옳다는 결론을 내렸을 뿐이다. 내 진심이 외부로 제대로 전달되지 않거나 왜곡돼서 알려질 경우 담아 두었던 이야기를 할 수는 있다"고만 말했다. 

   
▲ 사진=한화 이글스


우선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이유. 이용규가 한화와 FA 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서운함이 쌓였을 수 있다. 이용규는 지난 2014시즌을 앞두고 한화와 4년 계약(총 67억원)을 하고 KIA에서 이적했다. 그리고 두번째 FA 자격을 갖춘 2017시즌 후에는 부상으로 제 역할을 못했다고 스스로 판단해 FA 신청을 유보했고, 2018시즌 134경기에서 타율 2할9푼3리(491타수 144안타)의 성적을 낸 후 1년 미룬 FA 신청을 했다.

FA 시장에 나온 이용규를 콜하는 다른 팀은 없었고, 결국 이용규는 1월 말에야 계약기간 2+1년에 계약금 2억원, 연봉 4억원, 옵션 연간 4억원 등 최대 26억원에 한화와 계약하고 잔류했다. 이용규에겐 만족스럽지 못한 조건일 수 있었겠지만 이번 FA 시장의 전체적인 냉각 분위기를 감안하면 대우를 안해준 수준은 아니다. 이용규도 FA 계약 조건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지는 않았다.

한화 구단은 이용규의 수비 위치와 타순 변경에 그 이유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화의 스프링캠프에서 이용규는 붙박이였던 중견수가 아닌 좌익수 훈련을 받았다. 타순도 고정이나 마찬가지였던 테이블세터가 아닌 9번으로 하향 조정됐다.

국가대표 외야수 겸 테이블세터 출신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이용규로서는 분명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 수 있는 상황이다. 정말 이용규는 팀내에서 급격히 좁아진 입지 때문에 트레이드 또는 방출을 요구한 것일까.

석연치 않다. 어느 프로 선수가 경쟁을 하지도 않고 주전 출전과 포지션, 타순을 보장받겠는가. 이용규가 그걸 모를까. 어느 프로 감독이 팀 전력을 생각하지 않고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공정한 경쟁 없이 베테랑을 홀대하겠는가. 한용덕 감독이 그걸 모를까.

이용규의 이번 갑작스런 트레이드 요구는 구단뿐 아니라 팬들도 당황하게 만들고 있다. 납득이 가는 상황이 아닌 탓이다.

이용규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 구단은 일단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했고, 이용규는 아직 감추고 있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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