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팀을 떠나겠다며 트레이드 또는 방출을 요구한 이용규(34·한화 이글스)가 육성군(3군)으로 갔다. 시범경기가 막판에 이르렀고, 이번 주말(23일)이면 정규시즌이 개막하는데 이용규의 거취는 오리무중에 빠졌다. 이용규는 올 시즌 뛸 수 있을까.

이용규는 지난 11일 한용덕 감독과 면담을 갖고 트레이드 요청을 했고, 15일 구단 관계자와 재차 면담하는 자리에서 트레이드를 해주거나 방출을 시켜달라고 요구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이용규와 FA 계약(2+1년, 계약금 2억, 연봉 4억, 인센티브 매년 4억, 총액 최대 26억원)을 한 한화 구단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에 처했고, 구단 내부 논의를 거쳐 16일 이용규에게 서산에 있는 육성군으로 가라고 지시했다.

이용규가 왜 시즌 개막이 다가오고 있는 시점에서 트레이드 요구를 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는 않았다. 다만 붙박이 테이블세터 겸 중견수였던 이용규가 9번 타순으로 밀리고 수비 위치도 좌익수로 옮긴 가운데 시즌 준비를 하게 된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특히 9번 타순은 FA 계약 당시 책정한 이용규의 인센티브(매년 4억원) 달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 사진=한화 이글스


이유야 어쨌든 아직 팀의 핵심 주전(타순 및 수비 위치와 상관없이) 전력으로 분류돼 FA 계약까지 한 베테랑 선수가 시즌 개막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팀 생각을 하지 않고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돌출행동을 한 것에 대해 많은 팬들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구단도 이용규에게 육성군행 지시를 한 데서 알 수 있듯 강경한 입장이다. 2군으로 보내 훈련 및 경기 출전을 하게 하면서 냉각기를 갖는 대신 사실상 전력 외 통보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용규는 이미 자신의 거취에 대해 선택을 했다. 어떤 형태로든 한화를 떠나겠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한화 구단의 선택지는 세 가지 정도다. 이용규를 설득해 '없던 일로 치고' 다시 1군에 합류시키는 것이다. 현재 분위기로는 서로 갈등의 골이 깊어져 있어 기대하기 힘든 시나리오다. 한용덕 감독도 이용규 없이 가겠다고 시사를 했다. 

이용규의 요구를 받아들여 트레이드를 알아보거나 방출할 수 있다. 아직은 충분히 1군에서 주전급으로 뛸 수 있는 이용규이기에 트레이드는 생각해볼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는 선수가 뭔가 불만이 있어 팀에 트레이드를 요구하면 그렇게 된다는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 

방출의 경우 한화 구단만 일방적으로 손해를 감수해야 하기에 들어주기 힘들다. 앞서 배영수와 권혁이 방출을 자청해 뜻을 이룬 사례가 있기는 했지만 둘은 올 시즌 전력 외로 분류됐기 때문에 한화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선수의 앞길을 터준 것이었다. 이용규의 경우와는 성격이 다르다.

마지막 선택은 이용규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이다. 2+1년 FA 계약을 했기 때문에 최소 2년 이용규를 소속 선수로 데리고 있으면서 경기 출전을 시키지 않는 것이다. 대신 한화는 이용규의 연봉을 지급해야 하는 금전적인 손해와 함께 선수 인생을 막는다는 도덕적 비판을 떠안아야 한다. 이용규는 선수로서의 가치를 상실한다.

어떤 선택도 만만치가 않다. 한화 선수단은 이용규 사태와 상관없이 시즌 개막 준비에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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