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수익률’ 국민연금이 기업 경영 간섭?
전문성 결여·책임지지 않는 위원회가 문제
[미디어펜=조우현 기자]기업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국민연금공단의 주주권 행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 의결권행사 지침)를 도입하면서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고 밝힌 이후, 기업 주총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는 평가다.

다만 주총에서의 국민연금 역할 행사에 앞서, 국민연금 내부의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의 수익을 운용하는 기금운용위원회나 기금운용위 산하에 있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의 전문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국민연금 투자 수익률이 10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난해 1~10월 국민연금 국내 주식부문 수익률은 -16.57%를 기록했다. 11~12월에도 코스피가 0.6% 오르는데 그치면서 연간 수익률을 올리지 못했다.

총 637조원(지난해 10월 말 기준)의 기금 중 17.1%(108조9000억원)를 투자한 국내 주식의 운용 수익률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기금의 18.7%(119조4000억원)를 투자한 해외주식의 수익률도 좋지 않았다.

   
▲ 한 고객이 국민연금 종로중구지사에서 상담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마이너스 수익률’ 국민연금이 기업 경영 간섭?

이 같은 투자 수익률 감소의 원인은 지난해 국내외 주식시장이 부진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주식시장 상황이 좋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0.18%) 보다 좋지 않은 것은 “내부에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 대다수다.

대체 투자처를 적극적으로 발굴하지 않고 국내 자산 시장에만 의지한 것이 화근이라는 평가다. 또 이에 대한 결정을 해야 할 기금운용본부의 ‘전문성 부재’가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국민연금은 우리나라의 중요한 기관투자자 중 하나다.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7%를 점유하고 있고, 5% 이상의 보유지분을 가진 상장기업이 약 300개, 1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 90여개에 이른다.

때문에 국민연금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인 만큼, 주주권을 적극 행사해 기업의 비정상적 지배구조를 개선해 주주가치를 증대시키고, 이것이 수익률 제고로 이어질 것”이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이에 대해 박수영 한반도선진화재단 대표는 “일부 기업의 바람직하지 못한 경영에 제동을 걸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다만 국가가, 정부가, 공공부문이 모든 결정을 내리고 이끌어갈 만큼 유능하지도 투명하지도 않은 현실이 감안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관계자는 “국민연금 수익률 악화는 적립금 고갈 시점을 앞당긴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며 “내부의 전문성마저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수익률 제고를 위해 기업 주주권 행사에 적극 나서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우려했다.

전문성 결여·책임지지 않는 위원회가 문제

국민연금은 기금운용위원회를 통해 기금의 투자 부문별 비중 등 주요사항을 결정하고 있다. 기금운용위 위원은 총 20명으로 당연직 6명(보건복지부 장관, 기획재정부 1차관, 농림수산식품부 차관,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고용노동부 차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위촉위원 14명이다.

다만 해당 위원회 구성원이 전문성을 갖췄는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기금운용에 대한 전문성 부족으로 10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기금운용본부장의 임기가 최대 3년이어서, 장기적 안목에서 자금을 굴리기 어렵다는 비판도 나온다.

주진열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의 지배구조보다 국민연금의 지배구조 개선이 시급히다”며 “위원회 20명 중 18명 정도가 연금, 투자에 대한 전문성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어떻게 이것이 최고 의결기구라고 할 수 있는지 넌센스”라고 비판했다.

기업에 대한 의결권, 주주권 행사 및 책임투자 관련 사항에 대해 검토하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구성원 역시 전문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수탁자책임전문위는 주주권행사 분과와 책임투자 분과 등 총 2개 분과 14인으로 구성돼 있다.

현진권 자유경제포럼 대표는 “외형상 각종 이해단체 추천인사로 구성된 전문가들로 회의체를 만들면 어떤 결론도 나올 수가 없다”며 “이는 다시 말해 정부에서 원하는 방향대로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같은 중요한 결정을 국민연금 내부가 아닌 외부 위원회에 맡기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국민연금은 중요한 의사결정을 외부 위원회에 맡기고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중요한 의사결정은 일관성, 전문성, 독립성을 갖고 내부에서 결정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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