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MBC가 새로 선보인 예능 프로그램 '호구의 연애'가 화제다. 프로그램이 재미 있어서라기보다는 출연자 개인 신상에 쏠린 관심 때문이다.

17일 MBC 일요 예능 '호구의 연애'가 첫 방송됐다. 개그맨 박성광 허경환 양세찬, 가수 장동우(인피니트), 배우 김민규 등 5명의 남자 연예인이 여행 동호회를 만들었다. 이들이 함께 여행 갈 여자 회원을 모집해 여행을 떠나 연애를 해보겠다는 컨셉의 여행+연애 예능 프로그램이다. 스튜디오에서는 성시경 유인영 장도연 양세형 레이디제인이 MC로 나서 이들의 활약상(?)을 지켜보며 이런저런 참견을 한다.

제작진은 여행과 짝짓기를 결합한 것이 신선하다고 우기겠지만, 사실 별로 새로울 것 없는 포맷이다. 연예인과 일반인(또는 연예인 지망생)의 짝짓기 놀이를 담은 프로그램은 과거 MBC '애정만세'도 있었고 KBS2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도 있었고, 최근 TV조선 '연애의 맛'도 있었다. 스튜디오와 현장(여행)으로 이분화하고 현장에서는 따로 MC 없이 출연자들이 알아서 진행을 하는 것 정도가 새로울까.

식상한 포맷을 인기 프로그램으로 만드는 비결, 출연자 섭외다. 남자 연예인들이야 잘 알려진 얼굴들이니(그렇다고 방탄소년단 멤버나 박보검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니), 여성 출연자들을 얼마나 화제성 있는 인물들로 섭외하느냐가 초반 시선몰이의 성패를 좌우할 터.

일단, '호구의 연애'는 그런 면에서는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현역 배우 채지안, 현역 모델 황세온과 윤선영, 의류사업을 한다고 자신을 소개한 지윤미(배우 활동 경력이 있고 인스타그램 스타인 것이 밝혀졌다)는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빼어난 외모를 자랑했다. 출연자들뿐 아니라 MC들, 시청자들도 이들의 외모에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 사진=MBC '호구의 연애' 방송 캡처


MC 성시경은 여성 출연자의 얼굴을 보자마자 "내가 (현장 멤버로) 출연한다고 그랬잖아"라고 말해 외모지상주의를 착실하게 전파했고, 다른 MC들도 동의를 했다.

연예인 남성들이 얼굴과 이름을 알리고 싶은(또는 덜 알려진) 연예인 지망생(또는 모델, SNS 스타)과 연애 놀음을 하면 시청자들은 즐겁게 즐기거나, 보기 싫으면 안보면 그만이다.

그런데, 지상파 공영방송 MBC가 이런 예능까지 또 해야 하나 싶다. 부작용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방송을 통해 뜨고 싶은 사람들이 출연 경쟁을 벌이다 보면 이런저런 잡음이 생긴다는 사실을 이전 비슷한 포맷의 짝짓기 예능에서 많이 보여줬다. 외모 위주로 관심도에 차이를 보이게 되면 프로그램의 본래 취지가 퇴색될 여지도 많다.

또, 출연을 자원한 연예 지망생(또는 일반인)에 대한 검증 문제가 있다. 제작진이 나름 충분히 검증을 한다고 하겠지만, 알 수 없는 일이다. 최근에도 MBC는 인기 예능으로 자리잡은 '전지적 참견 시점'에 출연했던 황광희의 매니저가 과거 학창시절 일진 논란에 휩싸여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당장, 첫 방송된 '호구의 연애'에서도 이런 부작용의 일단이 드러났다. 여성 출연자 지윤미가 현재 세간의 주목 대상인 클럽 버닝썬의 이문호 대표와 옛 연인 관계였다는 설이 퍼지며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설사 지윤미가 이문호 대표의 전여친이었다고 해도 방송 출연에 아무런 문제될 것은 없다. 하지만, 앞으로 그 대상이 누가 됐든 출연자의 뭔가 대중의 관심을 끌 만한 신상털이는 충분히 예견돼 걱정이 앞선다. 출연자가 본의 아니게 피해자가 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손쉽게 화제몰이를 할 수 있다는 데 기대 이런 식상한 짝짓기 프로그램을 기획했다면, MBC의 예능 기획력은 참 한심하다. 이번 승리와 정준영의 스캔들에서 드러났듯, 오랜 기간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온 인기 연예인조차 사생활 검증이 제대로 안돼 이렇게 큰 사단이 났는데도 말이다. 설마 '호구의 연애' 제작진이나 방송사가 첫 방송 후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출연자 이름이 오르며 화제가 된 것에 희희낙락하고 있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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