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2심 재판부가 19일 첫 공판에서 “재판 결과를 예단하고 비난하는 것은 문명국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김 지사는 이날 구속 후 48일 만에 법정에 출석했다.

서울고법 형사2부(차문호 부장판사)는 이날 김 지사의 첫 항소심 공판에서 “항소심 접수 이후 재판 시작도 전에 서로 다른 재판 결과가 당연시 예상되고, 그런 결과가 재판부 경력 때문이라며 재판부를 비난하고, 벌써 결과에 불복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처럼 밝혔다.

재판부는 “법관은 눈을 가리고 법을 보는 정의의 여신처럼 재판 과정을 확인하고 정답을 찾기 위해 고뇌하는 고독한 수도자에 불과하다”며 “재판 결과를 예단하고 비난하는 일각의 태도는 마치 경기 시작도 전에 승패를 예단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어느 경우더라도 이 법정이 아닌 법정 밖 비난과 예단은 무죄 추정을 받는 피고인의 무죄를 예단하거나 엄벌하라는 압박으로 보인다”며 “유죄든 무죄든 상관없으니 무죄로 하라는 협박 같아 순수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무죄 추정 원칙을 받으며 억울함을 밝히겠다는 피고인의 입장을 폄훼하는 것이며 인생을 결정짓는 재판을 앞두고 몸부림치는 피고인을 매우 불안하고 위태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신성한 법정을 모독하고 재판을 무시하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아울러 재판부는 “피고인으로서 우리 재판부가 불공정한 ㅈ판을 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하면 거부하거나 피할 방법이 얼마든지 있었을 것”이라며 “피고인이 연고 관계가 있는 변호사를 선임하면 재판부가 바뀌었을 것이고, 그렇게 해주길 바랐지만, 오늘까지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우리 재판부가 피고인에 대해 무죄 추정 원칙에 따라 공정한 재판을 해 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며 “향후 재판 과정에서 불공정 우려가 있으면 종결 전까지 얼마든지 기피 신청을 하라”고 권유했다.

   
▲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는 1월30일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의 댓글순위 조작에 가담한 사실 등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댓글조작 혐의에 대해 징역 2년의 실형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진은 이날 실형을 선고받고 호송차로 향하는 김경수 지사(왼쪽)와 오전 선고공판 출석차 법정으로 향하는 드루킹 김동원씨./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