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구구식 통계로도 뜻대로 안 되니 조작 수준으로 재평가해 해체하기로 한 것"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환경부 산하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이하 평가위)가 금강의 세종보와 공주보, 영산강의 죽산보 해체 근거로 삼은 경제성분석 결과가 거의 조작 수준에 가깝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0일 환경공학 전문가인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에 따르면 평가위가 지난달 22일 발표한 경제성 분석결과는 완전히 조작 수준이라는 것. 박 교수는 "물을 빼고 보를 철거할 경우 수질과 수생태계, 친수성이 좋아진다는 건 거짓말”이라며 “물 활용 감소에 '0'이 나왔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수치”라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평가위가 짜 맞추기식 결론을 내놓고 조작 수준으로 재평가해 해체하기로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 박석순 교수가 의문점을 제기한 4대강 평가위 문건/캡쳐=펜앤드마이크

박 교수는 평가위가 내놓은 ‘금강과 영산강 보 경제성 분석 결과’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평가위는 보 해체의 편익/불편익 부문에 △수질 개선 △수생태 개선 △친수 활동 증가 △홍수조절능력 개선 △물활용성 감소 불편익 △보 유지관리비 절감편익 등으로 구성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항목 편성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 박석순 교수가 의문점을 제기한 4대강 평가위 문건/캡쳐=펜앤드마이크

평가위는 철거하고자 하는 금강의 세종보와 공주보. 영산강의 죽산보 등 3개 보에 대한 경제성 분석결과(B/C값)를 내놓았다. 평가위는 올해부터 2022년까지 각각 114억6700만 원, 532억8300만 원, 250억1000만 원을 들여 해체하면 2023부터 2062년 사이에 발생하는 B/C값이 각각 2.92, 1.08, 2.54로 해체하는 이익이 더 크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B/C값은 높을수록 이익이 크다는 것을 나타낸다. 

평가위 자료에 따르면 금강 유역 세종보의 경우, 철거 시 2023년부터 2062년 사이에 얻는 이익은 △수질 112억2700만 원 △수생태 754억9600만 원 △친수 19억9700만 원 △홍수조절 1억6400만 원 △물 활용 감소 0 원 △교통시간 0 원 △유지관리비 절감 83억300만 원 △소수력 발전 -131억6400만 원으로 조사됐다.

또한 영산강 유역 죽산보의 경우, 철거 시 얻는 이익은 △수질 1018억7400만 원 △수생태 48억9700만 원 △친수 56억4300만 원 △홍수조절 123억4200만 원 △물 활용 감소 -47억8500만 원 △교통시간 0 원 △유지관리비 절감 332억7800만 원 △소수력 발전 -74억1900만 원으로 조사됐다.

   
▲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가 영산강 유역 보 개방 전후를 수질개선을 분석한 통계 자료.

박 교수는 자신이 외국 저널에 냈던 논문을 인용하며 "그 당시에 사용했던 연구 방식 그대로 영산강 유역 승촌보와 죽산보의 보 개방 전후를 비교해보니 수질이 나빠졌다"고 주장했다. 논문에 실린 통계에 따르면 보에 물이 차있던 2015과 2016년의 데이터와 2018년의 데이터를 비교해본 결과 대체로 99% 신뢰수준에서 수질이 악화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박 교수의 연구 통계에 따르면 영산강 죽산보의 경우 보를 개방하기 전 2016년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이 2018년보다 각각 24.3%, 14.4% 악화됐다. △총인(TP) 17.2% △총질소(TN) 36.4% △클로로필-a(Chl-a) 34.6% △부유물질(SS)의 경우 무려 100.2%나 악화됐다.

역시나 보를 개방하기 전인 2015년과 비교해봐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생화학적 산소요구량 22.9% △화학적 산소요구량 21.5% △총질소 11.1% △총인 39.8% △클로로필-a 50.1 △부유물질 98.3%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수질이 나빠졌다. 

또한 박 교수는 "평가위는 우선 보 해체 비용에 건설비용의 80% 가량 든다고 했는데, 그걸 강행하겠다고 했다"며 해체의 경제성을 지적했다. 이어 "보에서 물을 빼면 어딘가에서 물을 끌어와야 하는데, 평가위는 지하수를 얻기 위해 땅을 더 파고 취수 시설을 강물 속으로 옮기면 되는 줄 안다. 초등학생도 그런 생각은 안 한다"며 비판했다.

박 교수는 "보를 해체하면 수질과 물 속 생태계가 모두 나빠진다. 철거 시 200년에 한 번 올 홍수를 더 잘 막을 수 있다는데,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보 해체 시) 큰 불편익이 뒤따를텐데, 평가위는 '없다'(0)고 했으며, 보 유지관리비를 과다 책정하고 유지 관리비용 절감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면서 "B/C값 조사 결과 자체가 완전히 조작된 것“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소수력 발전 중단에 관해서는 "보를 해체하면 태양광이나 풍력보다 효율이 좋은 양질의 재생가능 에너지를 포기하겠다는 것인데 상당히 큰 무리수를 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가 보 개방 전후를 설명하는 사진./캡쳐=펜앤드마이크

이어 그는 "공주보의 경우 상판에 다리가 있는데, 아래 보를 철거할 경우 구조적, 역학적으로 붕괴되지 않을지는 의문이고 주민들이 보 해체를 반대한다"고 말했다. 죽산보에 대해선 "이곳엔 유일하게 배가 지나다닐 수 있는 통선문(通船門)이 있어 (죽산보가) 지역 주민들이 관광 수입을 올리는 역할을 하는데 환경부가 물을 먼저 빼버렸다"며 비판적 입장을 견지했다.

4대강 보 지역 주민 설문조사의 설문 내용에도 의문점을 제기했다. 박 교수는 "세종보를 제외한 나머지 4개 보의 경우 해체 반대의 목소리가 월등히 높았다. 공주시민들은 '4대강 사업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등의 유도성 문항들이 있어 여론 조사 자체가 조작된 것 같았다"는 반응이 있었다고 전했다.

금강 개방이 초래한 결과도 언급했다. 기본적으로 보를 만들면 (부유물이) 가라앉고 희석이 되기 때문에 수질이 개선된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박 교수는 기상청 가뭄 통계 자료를 근거로 보 개방을 한 2018년에 금강의 수질이 악화됐음을 지적했다. 이어 그는 "보를 개방함으로써 환경부 스스로도 주먹구구식 통계로도 수질이 나빠졌음을 인식했고, 원칙대로면 보 해체가 불가능해진 것도 알았기 때문에 다른 평가방식을 도입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월에 발표한 환경부 4대강 평가위의 평가원칙 원안은 보 건설 이후 수질을 보 개방 후 수질과 비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B/C값이 0.7이 나와 자신들의 뜻대로 평가 결과가 나오지 않자 보 건설 전후의 수질을 비교했고, B/C값은 2.54가 나와 해체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박석순 교수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2006년에는 강수량이 많았고 2016년에는 그렇지 않았으며, 금강의 주변의 세종시 건설이 영향을 미친 것이다. 큰 규모의 인구가 생겨난 2016년과 과거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면서 "2010년과 2011년 사이에 4대강 사업 공사가 이뤄졌기 때문에 다른 요인이 개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공사 바로 직전과 직후를 비교해야 한다. 그래야 보를 세운 사업의 효과의 의미가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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