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국내외 배출원인, 과학적 규명 중요…정치문제 되는 순간 실패할 것”
   
▲ 문재인 대통령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1일 오후 청와대에서 미세먼지 대책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만나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6일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사회적 기구의 위원장을 맡아 달라는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의 요청 수락했다./청와대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최근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만나 미세먼지기구 위원장직을 사실상 수락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1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면담했다.

명담 뒤 반 전 총장은 춘추관에서 언론브리핑을 갖고 “미세먼지 문제에 초당적‧과학적‧전문적인 태도를 유지하면서 국민 모두가 함께 문제를 해결해나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서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국가적 기구 출범에 관해 상세한 의견을 나눌 기회를 가졌다”며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서 야당 대표의 제안을 흔쾌히 수용하고 저에게 중책을 맡겨주신 문 대통령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어 “케네디는 1960년대 초 달착륙 계획을 발표하면서 ‘쉽기 때문에 하는 게 아니라 어렵기 때문에 하는 거’라고 말했다. 똑같은 마음이다. 미세먼지가 난제이기 때문에 이 일을 맡기로 결심했다”면서 위원장직 수락과 관련해 주변에서 우려와 만류가 있었음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반 총장은 “가장 먼저 미세먼지의 국내외적 배출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게 중요하다. 원인은 상당 부분 규명된 게 사실이지만 과학적 정밀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래야만 여기에 기초해서 정확한 해결 방안과 다양한 정책적 옵션이 제시될 수 있기 때문이고, 이에 따라 구체적 실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은 “범국가적 기구를 만든다고 해서 미세먼지 문제가 일거에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국민 여러분께서 더 잘 아실 것”이라며 “개인에서부터 산업계, 정치권, 정부까지 국민 모두가 참여하는 기회를 만들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해결책을 도출해나가고, 중국 등 동북아지역 국가들과 공동 대응도 중요하므로 국제적 성공 사례도 찾아서 우리의 실정에 맞는 최상의 모델을 만들어보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은 또 “정부는 이미 미세먼지를 국가적 재난으로 규정했다. 정부 각 부처는 특단의 각오로 미세먼지와의 전쟁에 임해야 한다”면서 “정치권은 미세먼지 문제에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접근해서는 안된다. 미세먼지 문제는 이념도 정파도 가리지 않고, 국경도 없다. 미세먼지가 정치 문제가 되는 순간 이번 범국가기구를 출범시켜 해결하려는 노력은 실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반 전 총장은 “미세먼지 문제는 보건, 에너지, 자동차산업, 국제협력 등 여러 분야에 걸쳐있는 문제”라며 “범국가적 기구를 설치할 것을 제안해준 바른미래당의 손학규 대표의 혜안에 존경을 표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는 기자의 질문에 “미세먼지는 국내적‧국제적 요인도 있고 자연적인 요인도 있다”며 “특정 국가를 지목해서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우선 우리 자신이 먼저 노력하고, 동시에 중국을 포함한 동북아지역의 국가들, 몽골, 북한, 일본까지 포함해 그런 (국제적 협력) 노력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앞으로 기구에서는 어떤 결정을 주도해서 한다는 게 아니라 사회적 공감대를 도출하는 역할을 하겠다”며 “유엔도 회원국들간에 중재해서 합의를 도출해내는 역할을 한다. 범국가기구에서 하고자 하는 노력도 그런 역할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반 전 총장의 브리핑 이후 이어진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정례브리핑에서 미세먼지 기구의 성격과 위상, 법적인 역할 등을 묻는 질문에 김 대변인은 “그런 문제들은 조만간에 따로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대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이 기구가 형식적으로는 기속력을 갖고 있지 않지만 이 기구에서 결정내리면 바로 행정부의 결정으로 전환될 것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