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북미 비핵화협상에 참여했던 앤드루김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을 만난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전날 정의용 실장이 청와대에서 앤드루김 전 센터장과 신기욱 미 스탠퍼드대 월터 쇼렌스틴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소장을 면담했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부인하지 않은 채 “국가안보실은 일상적으로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다양하게 듣고 있다”라고 말했다.

앤드루김은 정 실장을 만나 “핵협상의 동력을 살리기 위해 한미공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며 “한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석한 신 소장도 “우리가 평소 갖고 있던 생각을 폭넓게 전달했고 정 실장은 진지하게 경청했으며 한국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지난 18일 방한한 앤드류 김 전 센터장은 20일 오후 서울 중구에 위치한 서울클럽에서 미 스탠퍼드대 월터 쇼렌스틴아시아태평양연구소 출신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가량 비공개 강연을 진행했다.

이 비공개 강연에서 그는 “한미가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에 차이가 있다”고 말해 한미 간 ‘한반도 비핵화’ 개념을 정의하는 데 시각차가 있음을 지적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날 동아일보에 따르면 앤드루김은 지난 하노이회담과 관련해 “북한이 주장하는 ‘조선반도의 비핵화’와 미국의 비핵화 개념이 대단히 달랐으며, 특히 북한은 괌, 하와이 등 미국 내 전략자산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합의가 결렬됐다”고 말했다.

또 앤드루김은 “미국이 비핵화를 꺼낼 때마다 김혁철 대미특별대표 등 북한 실무협상단은 ‘국무위원장 동지가 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미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외에 북한 실무협상단은 ‘비핵화’라는 단어 자체를 사용할 수 없었다”며 “김혁철은 ‘영변 외 핵시설은 나도 처음 듣는 얘기’라고 했다”는 말도 전했다.

앤드루김의 이 같은 발언이 하노이회담의 책임을 북측에 전가하기 위한 미국정부의 고도의 계산된 전략에서 나온 것일 수도 있고, 진짜 회담의 비하인드 스토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가 비핵화 협상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비핵화 개념의 정의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중재 역할에 나섰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어 청와대는 상당히 곤혹스러워진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앞서 지난 19일 방한한 미국 정보기관의 총책임자인 댄 코츠(Dan Coats) 국가정보국장도 문재인 대통령과 정의용 안보실장 등을 만난 바 있으며, 앤드루김과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북한은 대외선전매체를 동원해 우리 정부가 오히려 미국을 설득하라고 종용하고 나섰다. ‘메아리’는 “미국에 대고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할 말은 하는 당사자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우리 정부를 압박했다. ‘우리민족끼리’도 통일부의 업무보고에 대해 “우유부단한 태도”라면서 “북남선언 이행을 위한 꼬물만한 진정성도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다만 북한 매체들은 미국에 대한 직접적 비난은 자제했다.

   
▲ 사진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대표로 하는 미국 방북단이 2018년 7월6일 오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대표로 하는 북측 인사들과 북미 후속회담을 갖고 있는 모습. 왼쪽 안쪽 끝에서 두번째가 앤드루김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공식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