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이 볼리비아를 눌렀다. 한국은 22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볼리비아와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이청용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스코어만 놓고 보면 매우 아쉬운 경기였다. 슈팅수가 21-2로 한국의 일방적인 경기였다. 21차례 슈팅 가운데 한국이 넣은 골은 후반 40분 이청용이 홍철의 크로스를 머리로 받아넣은 한 골뿐이었다.

손흥민은 역시 클래스가 다른 실력을 뽐내며 볼리비아를 농락했지만 이상하리만치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 특히 전반 41분 단독 돌파로 골키퍼까지 옆으로 따돌려놓고도 강하게 찬 슛이 골대를 살짝 비켜간 장면은 땅을 칠 만큼 아쉬움을 남겼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후반 막판 볼을 앞으로 쳐놓고 폭중 질주한 손흥민은 막판 수비에 걸려 슛까지 연결하지는 못했으나 프리미어리그 정상급 공격수다운 플레이를 선보였다. 하지만 끝내 골을 넣지 못한 손흥민은 A매치 8경기 연속 무득점이라는 풀지 못한 숙제를 남겼다.

스코어도, 손흥민의 골 불발도 아쉬웠지만 그래도 한국 축구팬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둘이나 있었다. 

이청용이 결승골이 반가웠다. 이청용은 골 가뭄 속에 무득점 무승부 분위기가 짙어가던 후반 40분 홍철이 올린 크로스를 문전 쇄도하며 헤딩골로 마무리했다. 앞에 수비수가 한 명 있었지만 높이 솟구친 이청용은 수비를 따돌리고 완벽한 헤더로 결승골을 터뜨렸다. 이 경기 중계를 한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호날두 같다"며 이청용의 헤딩골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청용이 A매치에서 골을 터뜨린 것은 지난 2016년 9월 중국과의 월드컵 최종예선 이후 2년 6개월 만이었다.

이청용의 이날 골이 더욱 의미가 있는 것은 그가 이제 대표팀의 고참 베테랑이 됐기 때문이다. 기성용과 함께 '쌍용'으로 불리며 한국 축구의 한 세대를 풍미했던 이청용이다. 하지만 백태클에 의한 큰 부상으로 공백기를 가졌던 이청용은 예전만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해 프리미어리그에서 밀려나 현재 독일 2부리그 보훔에서 뛰고 있다. 이청용과 구자철이 지난 1월 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선수 은퇴를 해 현 대표팀에서 베테랑으로 중심을 잡아줘야 할 선수가 바로 이청용이다. 이번 볼리비아전 결승골로 이청용은 '살아있네~'라는 말을 들을 만큼 건재함을 알렸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권창훈의 부활도 반가웠다. 권창훈은 투톱 손흥민-지동원의 뒤를 받치는 공격 2선으로 선발 출전했다. 지난해 5월 아킬레스건 부상을 당한 권창훈은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하는 한을 남겼다. 아시안컵에도 출전하지 못했고 이번 대표팀에 소집돼 지난해 3월 이후 1년 만에 A매치 복귀전을 치렀다.

권창훈의 러시아 월드컵 합류가 불발됐을 때 당시 신태용 대표팀 감독이 몹시 아쉬워했던 이유를 이날 볼리비아전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대표 복귀한 권창훈은 펄펄 날았다. 우측 날개를 맡았지만 위치를 가리지 않고 중앙으로 파고들거나 패스를 찔러넣었고, 상대 역습 때면 적극적으로 수비에도 가담했다.

특히 권창훈은 외롭게 한국의 공격을 이끌었던 손흥민에게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줬다. 손흥민이 수비를 달고 다니며 난 공간을 잘 파고들었고, 때로는 스스로 드리블을 하며 수비를 흐트려놓아 손흥민에게 좋은 슛 찬스를 제공했다. 권창훈이 가세하자 한국의 공격은 아시안컵 당시 답답함에서 많이 벗어날 수 있었다.

두 선수의 반가운 골과 부활로 한국은 1-0이라는 아쉬운 스코어 속 희망적인 기운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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