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축구팬들이 서울월드컵경기장 6만 4388명의 관중석을 꽉 채워준 보람이 있었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FIFA 랭킹 12위인 남미 강호 콜롬비아에 화끈한 승리를 거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와 평가전에서 2-1로 이겼다.

결과와 내용 모두 좋았다.

한국은 전반 15분 손흥민의 골로 리드를 잡았다. 축구팬들이 얼마나 기다려온 손흥민의 골이었던가. 손흥민은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에서 골을 넣은 이후 A매치에서는 골을 넣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 시즌 소속팀 토트넘에서는 변함없이 맹위를 떨치며 월드스타로 군림하고 있지만 벤투 감독 부임 후 그동안 치렀던 8경기에서 한 골도 못넣어 골 갈증이 심했다.

하지만 이날 콜롬비아전에서 손흥민은 전반 15분 황의조의 패스를 받아 드리블해 들어가다 벼락같은 슛을 때려 선제골을 뽑아냈다. 콜롬비아 아르볼레다 골키퍼가 머리 위로 넘어가는 볼에 손을 내밀어봤지만 막을 수 없는 강력한 슛이었다. 손흥민은 팔에 둘렀던 캡틴 완장을 풀어 가리키는 골 세리머니로 주장으로서 그동안 얼마나 부감감을 안고 있었는지를 표현하며 마음껏 포효했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후반 들자마자 콜롬비아에 동점골을 허용한 한국. 역시 콜롬비아는 만만찮은 상대였고, 승리가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이재성이 멋진 골을 터뜨리며 한국에 다시 리드를 안겼다. 후반 13분 김민재의 패스를 받은 이재성이 페널티 아크 오른쪽에서 왼발로 낮게 깔아차는 슈팅을 날렸다. 아르볼레다 골키퍼가 다이빙하며 쳐내려했으나 골문 좌측 모서리로 빨려 들어갔다. 

이재성의 부활을 알린 슛이었다. 지난 1월 아시안컵 첫 경기 필리핀전에서 발가락을 다쳐 전력에서 이탈했던 이재성은 부상 회복을 하고 이번 대표팀에 다시 소집됐다. 볼리비아전은 결장했고, 이날 선발 출전 기회를 얻었는데 값진 결승골로 다시 존재감을 뽐냈다.

콜롬비아 승리의 또 다른 주역은 골키퍼 조현우였다. 러시아 월드컵 맹활약을 통해 한국대표팀 제1 골키퍼로 입지를 굳히는가 했던 조현우는 벤투 감독 체제 출범 후 김승규에 밀렸다. 그동안 김승규가 계속 대표팀 골문을 지키며 좋은 활약을 펼쳐 조현우는 출전 기회가 거의 없었다. 앞선 볼리비아전에서도 김승규가 출전했다. 그런데 김승규가 장염 증세로 이날 출전하기 힘들어 조현우에게 지난해 11월 우즈베키스탄전 이후 4개월여 만에 콜롬비아전에서 골키퍼 장갑을 꼈다.

전반 안정적으로 골문을 지키던 조현우는 후반 3분 루이스 디아스에게 동점골을 내줬다. 하지만 이 골은 디아스가 한국 수비를 뚫고 감아찬 볼이 반대편 모서리로 절묘하게 휘어들어간 것으로 조현우가 어떻게 손을 써볼 수가 없었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조현우가 빛난 것은 후반 막판. 이재성의 골로 한국이 다시 앞서가자 콜롬비아는 후반 교체 투입된 하메스, 팔카오를 중심으로 맹공을 퍼부었다. 하메스의 위력적인 슈팅을 잇따라 선방한 조현우는 팔카오의 결정적 헤딩슛도 막아냈다. 후반 추가시간 팔카오의 마지막 슛이 골문을 통과했지만 오프사이드로 노골 선언이 됐다. 조현우의 선방쇼가 없었다면 한국이 이기기 힘들었을 것이다.

깔끔했던 한국의 승리였지만 한 가지 아쉬움도 있었다. 이날도 벤치 대기하던 막내 이강인이 끝내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해 A매치 데뷔전을 갖지 못한 것. 많은 축구팬들은 '한국 축구의 미래'로 꼽히는 이강인이 길지 않은 시간이라도 대표팀 선배들과 함께 그라운드를 누비는 모습을 보고싶어 했지만 벤투 감독은 승리 욕심을 내며 이강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이강인은 백승호와 함께 성인대표팀에 첫 발탁됐으나 데뷔전은 다음으로 미루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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