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축구 전문 BJ 감스트(본명 김인직)가 지상파 TV 축구 중계 해설에 처음 나섰으나 부정적인 평가를 잔뜩 받았다. 감스트는 자책하고 사과하면서 다시는 공중파(지상파) 해설을 안하겠다고 약속했다.

26일 열린 한국-콜롬비아의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한국 2-1 승리)은 MBC TV에서 단독 생중계했다. 이날 MBC는 김정근 캐스터와 서형욱 해설위원, 그리고 감스트가 객원해설위원으로 함께 중계방송을 진행했다. MBC에는 국가대표 스타 출신 안정환 해설위원이 있지만 출장으로 자리를 비워 감스트를 중계에 전격 합류시킨 것이었다.

인터넷 방송을 통해 통통 튀는 멘트로 많은 팬을 보유한 감스트의 지상파 중계 데뷔에 기대감이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감스트는 나름 열심히 준비해온 자료를 활용해 해설을 거들고 특유의 유머 감각도 발휘해 귀를 쏠깃하게 만드는 해설도 있었지만, 중계를 지켜본 축구팬들로부터 비판적인 의견이 쏟아졌다.

   
▲ 사진=감스트 인스타그램


쉰 듯한 목소리가 귀에 거슬린다는 비판부터 지상파에 적합하지 않은 해설 멘트, 부적절한 비유, 선수 실력 비하 등을 지적 받았고 심지어 인종차별성 발언까지 했다며 뭇매를 맞았다. 한국이 앞서가자 조용해진 콜롬비아 응원단에 대해 "경기 시작 전에는 시끄러웠는데, 지금은 음소거를 한 듯하다"면서 남미인들의 말을 흉내낸 듯한 억양과 발음을 과장되게 따라했다. 남미인을 비하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불필요하고 부적절한 해설이었다. 

감스트는 중계방송을 마친 후 곧바로 인터넷 방송을 통해 직접 능력이 부족했다며 사과했다. 중계 5일 전에 방송국 섭외 전화를 받았다는 그는 "안정환 해설위원을 대신해 일회성으로 하는 것으로 들었고 밤새 자료도 만들어서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으나 잘 안 됐던 거 같다. 직접 해보니 역시 부족했다"고 미숙했던 중계를 인정하면서 "안 좋게 보신 분들은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고개 숙여 사과했다.

전반전이 끝난 뒤 팬들의 실시간 반응을 본 후 해설에 집중이 안됐다고 털어놓은 감스트는 "후반전부터는 옆의 해설위원이 하는 말도 들리질 않았고 경기장도 뿌옇게 보이더라"라고 하면서 "이제 중계나 해설은 욕심을 내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인터넷 방송에서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목소리는 고쳐야겠다고 생각했다. 제가 잘해서 감스트 팬이라는 게 자랑스러워야 하는데 죄송하다"고 전했다.

감스트는 후반 나상호가 이청용 대신 교체돼 들어올 때 "나상호가 들어와도 크게 달라질 거 같지 않다"는 멘트를 했던 것에 대해서는 잘못된 멘트라고 인정했다. 그는 "나상호 '선수'라고 말하지도 않고 나상호라고 한 점, 달라질 게 없다고 말한 것 등은 잘못이다. 직접 전화해 사과하겠다. 그런 의도가 아닌데 정신이 없어서 그런 말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감스트는 "앞으로 인터넷 방송은 열심히 하고 공중파에서 해설은 절대 안하는 걸로 약속하겠다. 제 목소리부터가 안 맞는 거 같다"고 지상파 TV 중계 해설 도전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BJ나 1인 크리에이터의 활동이 늘어나고 대중적 인기를 누리는 스타들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감스트도 강한 개성을 앞세워 인터넷 세상에서는 스타가 됐고, 종합편성채널 JTBC의 '랜선라이프'와 지상파 MBC 예능 '진짜사나이'에 출연하기도 했다. MBC가 감스트를 국가대표 경기 중계의 객원 해설위원으로 내세운 것도 이런 대중적 인지도를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헛발질'이 됐다. 같은 지상파 TV 출연이라도 예능과 축구 생중계는 엄연히 다르다. 선수나 지도자 출신 전문가가 경기 상황과 작전, 선수들의 심리를 꿰뚫으며 시청자들이 축구 경기를 보다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해설위원의 역할이다. 팬이 찾아서 보는 인터넷 1인 방송과 모든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지상파 TV의 차별점은 분명히 있다.

감스트의 축구에 대한 열정이야 알아줄 만하지만 지상파 TV 중계를 하기에는 기본(발성 등)도 전문성도 부족했다.

MBC는 한 번 '헛발질'을 한 셈이지만, 축구 경기에서 헛발질 한 번이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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