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삼성 라이온즈가 롯데 자이언츠를 23-4, 19점 차이로 대파했다. 28일 사직구장 경기에서 나온 스코어다. 모든 팀들이 총력전을 펴고 있는 시즌 개막 초반에 이렇게 큰 점수 차는 드문 일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삼성 타선이 대폭발했다. 마치 잠자던 사자가 깨어나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먹이를 마구 물어뜯는 것 같았다. 무려 24개의 안타로 롯데 마운드를 맹폭했고, 그 가운데 홈런이 8방이나 됐다. 이학주가 투런만 두 방 날렸고, 박한이는 대타 투입된 후 솔로포와 만루홈런을 쏘아올렸다. 김헌곤도 만루홈런으로 짜릿한 손맛을 봤고, 강민호 최영진 구자욱도 홈런포를 가동했다.

   
▲ 사진=삼성 라이온즈


삼성은 전날까지 4경기를 치르면서 팀 타율이 1할4푼4리로 바닥이었고, 팀 홈런은 러프가 기록한 1개뿐이었다. 그런데 이날 잠잠하던 타선이 한꺼번에 폭발한 것이다. 이 한 경기 결과로 삼성은 팀 타율을 2할6푼2리로 끌어올리며 2위로 점프했고, 팀 홈런도 9개로 2위로 올라섰다.

삼성 타선의 방망이가 이렇게 신바람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롯데 마운드가 스스로 무너졌기 때문이다. 롯데는 이날 5명의 투수가 등판했는데 누구도 제 몫을 해주지 못했다. 

선발로 전향해 첫 선을 보인 장시환부터 3이닝도 못 버티고 2⅔이닝 6피안타(2홈런) 3볼넷 6실점하며 힘든 경기를 만들었다. 이어 차재용이 ⅔이닝 2피안타 1실점하고 물러난 뒤 오현택은 1이닝을 던지면서 솔로홈런만 3방 맞았다. 정성종이 2⅔이닝을 3피안타(1홈런) 3실점으로 막은 것이 그나마 호투(?)였고, 이인복은 이미 완전히 넘어간 분위기 탓에 2이닝 10피안타(2홈런) 10실점으로 달궈진 삼성 타선을 감당하지 못했다.  

   
▲ 사진=롯데 자이언츠


많은 안타와 홈런을 맞은 것도 그렇지만 이날 롯데 투수진은 11개의 볼넷을 남발했다. 가운데로 던졌다 하면 안타나 홈런을 맞고, 피하는 피칭을 하면 볼넷으로 내보냈다. 한 경기서 23점이나 내줬으니(자책점 21점) 롯데의 팀 평균자책점은 8.00으로 치솟았고 최하위로 떨어졌다.

롯데의 이날 공식 기록된 실책은 8회 1루수 오윤석의 포구 실책 1개뿐이었다. 그러나 3루수로 선발 출전했던 전병우와 교체 투입된 한동희가 모두 실점으로 연결되는 실책성 수비를 해 3루쪽에 큰 구멍을 만들었다. 3명의 포수 나종덕 안중열 김준태가 번갈아 안방을 지켰지만 누구 한 명 믿음을 주지 못했다. 

이날 바람이 많이 불고 미세먼지도 낀 궂은 날씨지만 8136명의 관중들이 사직구장을 찾았다. 롯데는 홈팬들 앞에서 실망감을 넘어 허탈함을 안긴 무기력한 경기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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