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태 부회장 중심으로 그룹 비상경영위원회 체제로
"오너 없는 회사 잘될리 만무…비상체제 속히 타파해야"
[미디어펜=조우현 기자]박삼구 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박 회장의 결정에 대해 회장 직에 연연하지 않고, 회사를 위해 ‘통 큰 결단’을 내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비상경영 체제가 길어질 경우 회사의 수명이 더 짧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해결해야 할 현안이 산적한 시기에 오너가 물러나게 되면 위험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8일 “박 회장이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감사보고서 관련, 금융시장에 혼란을 초래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그룹 회장직 및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 등 2개 계열사의 대표이사직과 등기이사직을 내려놓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박 회장은 지난 27일 저녁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아시아나항공의 금융시장 조기 신뢰 회복을 위해 KDB산업은행에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회장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아시아나항공의 조기 경영 정상화를 위한 진정성을 설명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당분간 이원태 부회장을 중심으로 그룹 비상 경영위원회 체제를 운영해 그룹의 경영공백이 없도록 할 예정이며 빠른 시일 내 명망 있는 외부 인사를 그룹 회장으로 영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박 회장이 물러나는 것에 대해서는 “대주주로서 그동안 야기됐던 혼란에 대해 평소의 지론과 같이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차원에서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 지난해 9월 9일 '한일축제한마당 in Seoul 2018' 에서 한국측 실행위원장을 맡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금호아시아나 제공


박 회장의 이 같은 결정에 회사를 위해 어려운 결심을 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불거진 회계감사 보고서 문제를 수습하고 물러났다는 것은 회장 직에 연연하지 않고 결단을 내렸다는 측면에서 ‘통 큰 결단’이라고 볼 수 있다”며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았을 경우 산업은행의 압박이 강하게 작용했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룹의 큰 그림을 그리는 오너의 부재가 아시아나항공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재무적으로 부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이 오너의 부재로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항공 산업은 국익과 직결되는 사업”이라며 “굴지의 외항사와 싸워야 하는데, 이런 시기에 오너가 물러나는 것이 회사에 좋은 일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단시일 내에 후속대책을 논의할 수 있는 콘트롤 타워를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또 “해외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며 좋은 평판을 받아왔던 아시아나항공의 위기는 곧 국가의 위기이기도 하다”며 “만약 일이 잘못되면 외항사에 우리 항공사들의 자리를 내어줄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전문경영인의 능력도 탁월하지만 ‘큰 그림’을 그리는 오너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비상 체제를 속히 청산하고 경영 정상화를 위해 애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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