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장비·연료전지부문 실적개선 기대
두산중공업·두산건설 수익성 '빨간불'
[미디어펜=나광호 기자]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탈원전과 건설경기 불황이라는 악재 속에서 신사업부문 경쟁력 강화와 건설장비 계열사 수익성 확대로 실적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박 회장은 지난 28일 취임 3주년을 맞았으며, 3년 연속 영업이익 1조원대 달성을 노리고 있다.

㈜두산은 지난해 18조1722억원의 매출과 1조215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7.4%, 4.1% 늘어난 수치로, 올해 목표는 20조1528억원과 1조4716억원이다.

특히 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을 비롯한 자회사 수익성 향상과 그룹차원에서 추진 중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이들 회사는 지난해 중국발 건설기계 호황 등에 힘입어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각각 28.4%, 16.4% 상승하면서 두산중공업의 실적개선을 견인했다.

   
▲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왼쪽)·두타 전경/사진=두산그룹


두산인프라코어는 올해 중대형 장비 판매비중 확대와 로터리 드릴링 리그, 리퍼를 비롯한 특수장비 수요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제휴 강화 등으로 수익성을 더욱 높인다는 방침이다. 

올해 초 중국 정위중공과 네이멍구 광산에 각각 굴삭기 상부체 1200대, 대형 굴삭기 36대를 공급하기로 했으며, 중동과 베트남 등에서 신제품으로 시장 확대를 위한 노력도 경주하고 있다.

두산밥캣 역시 인도·북미 지역에서 딜러 미팅을 개최하는 등 네트워크를 넓혀가고 있으며, 올 하반기에는 현지 맞춤형 백호로더(다목적 건설장비) 출시로 인도시장 점유율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두산이 전기차 시장 및 수소경제 활성화에 대비해 육성 중인 전지박·연료전지사업도 기대주로 평가된다. 전지박은 2차전지 음극부분에 씌우는 얇은 구리막으로, 전기차배터리 핵심소재로 꼽힌다. 두산은 올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연 1만톤 규모 2차전지용 전지박 생산공장을 짓고 있으며, 증설 부지를 확보한 덕에 생산량을 향후 5만톤(전기차 220만대 분량)까지 늘릴 수 있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부생수소 연료전지 발전소에 114개 전지를 공급하기로 한 데 이어 1회 충전시 2시간 이상 비행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이는 등 드론용 연료전지 사업에서도 성과가 나고 있다. 두산은 앞서 2016년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을 설립, 자체 기술로 드론용 연료전지팩을 개발한 바 있으며, 비행시간이 길고 연료원 교체가 간단한 것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연료전지팩은 수소-산소의 전기화학 반응으로 전기를 만드는 집합체다.

협동로봇분야에서도 지난해 7월 협동로봇 안전인증제도 제1호를 획득했을 뿐만 아니라 두산로보틱스가 중국 협동로봇 시장에 진출하고 신한은행과 협동로봇 구매자 전용 금융상품 개발을 위한 MOU를 체결하는 등 국내외에서 발판을 넓혀가고 있다.

   
▲ 두산인프라코어 30톤급 굴삭기 DX300/사진=두산인프라코어

반면 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의 수익성은 걱정거리로 언급되고 있다. 지난해 두산중공업의 영업이익 중 85% 가량은 두산인프라코어의 실적이었으며, 탈원전 정책이 철회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두산중공업 노조는 최근 사상 첫 상경투쟁을 통해 탈원전 정책으로 회사가 위기를 맞고 있으며, 이는 곧 노동자 고용불안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명우 사장이 실적 부진 등을 이유로 자진사퇴하고 과장급 이상 직원 3000여명이 순환 유급휴직에 직면한 상황 속에서 두산건설에 3000억원을 출자한 회사의 결정을 질타했다.

두산 측은 이에 대해 두산건설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시장에서는 건설경기 부진 등을 근거로 부실 전이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개별 기업이 정부 정책에 영향을 주는 것이 어렵다는 점에서 신성장동력 발굴을 통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모색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으로 보인다"면서 "박 회장 역시 신년사에서 신사업 역량 강화를 강조한 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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