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유진 정치경제부 기자
[미디어펜=박유진 기자] 얼마 전 핀테크(FIn-Tech) 업계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유니콘 기업의 관계자를 만나 금융업에 대해 논했다.

보험과 증권업, 인터넷전문은행에도 손을 뻗고 있는 그들은 규제 철벽에 사업 확장이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덧붙여 설명하길 기성 금융사의 영업 방식이 후진적이고 요즘 젊은 세대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으론 피싱형 상품인 보험업에 대해 전통 설계사들의 영업 방식이 후진적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할 때 스스로 내게 꼭 맞는 상품을 가입하는 게 좋다며 2030세대는 앞으로 그렇게 살 것이라는 예언 아닌 예언을 내놨다.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내용이라 생각한다. 젊은 세대는 냉정히 말해 금융, 그 안에서도 특히 보험에 관심이 없다. 기껏해야 치아보험 정도나 알아서 찾아 가입할 정도일까.

근본적으로는 보험 영업이 왜 피싱형 구조인지 생각한 적 없는 것 같아 암담한 심정이었다. 문어발식 사업 방식에서 볼 수 있듯 금융업을 단순히 먹거리로 보려는 건 아닌지 그 진정성이 의심됐다.

단순히 혜택을 더 많이 줘서 고객을 유인할 수 있는 건 일반 금융사도 할 수 있다. 마진을 깎거나 점포를 최소화한 뒤 각종 인건비 등을 아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송금 시스템을 최소화했던 머리로 고객의 마음은 왜 헤아리지 못하는가.

핀테크사와 금융사의 차이는 광고에서부터 드러난다. 금융 생활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핀테크 업체들의 광고를 보라. 그들은 광고 속에서 기술 혁신의 강점과 편리함, 혜택만을 강조하고 있다. 반대로 금융사들은 고객이 최우선이라는 명제 하에 신뢰와 믿음, 동반자 의식 등을 내세우고 있다.

요즘 출근할 때마다 거리에서 구걸하듯 껌을 파는 노인을 본다. 그동안 껌을 돈 주고 사 먹은 기억이 손에 꼽지만, 최근에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껌을 사 먹는다. 매일 내게 와서 껌을 사달라고 묻고 거절하면 멋쩍게 웃으며 '미안해'하고 가는 그를 보며 처음 구입한 게 계기가 됐다. 요즘 내가 껌을 사 먹는 이유다.

금융업은 쉽지 않다. 수백 년간 불특정 다수의 돈을 가지고 장사하다 보니 그들만의 철저한 규제가 만들어진 곳이다. 기술은 언제든 가공하고 업그레이드할 수 있지만 신뢰와 믿음은 핀테크로도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진정 혁신을 원한다면 고객에 대한 마음부터 가져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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