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논의 사그라들 듯…쟁점법안 처리 안갯속
[미디어펜=김동준 기자] 이번 4·3 보궐선거 결과는 여야 모두 무승부라는 평가가 나온다. 진보색이 강한 창원성산에서는 여영국 정의당 후보가, 보수색이 강한 통영·고성에서는 정점식 자유한국당 후보가 각각 당선되면서 이변이 일어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정의당 입장에서는 과거 민주평화당과의 교섭단체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을 다시 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더불어민주당과의 범여권 전선이 재구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창원성산에서는 여 후보가 45.75%의 득표율로 45.21%를 득표한 강기윤 한국당 후보를 0.54%p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통영·고성에서는 정 후보가 59.47%의 득표율로 35.99%를 득표한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여유있게 앞질렀다.

◇시들시들 패스트트랙…총선 모드로

앞서 여야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제 개편과 사법개혁의 패스트트랙 여부를 놓고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던 중 보궐선거를 맞이했다. 따라서 이번 선거 결과로 패스트트랙 논의가 다시 점화되느냐, 사그라드느냐가 갈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창원성산과 통영·고성 등 두 곳 모두 한국당이 패한다면 패스트트랙 논의가 재점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범여권 진영이 완승하는 구도를 그리는 데 실패하면서 국회에서의 주도권 싸움도 그간 모습과 별다른 차이가 없을 전망이다. 즉, 패스트트랙 논의도 지지부진해질 공산이 커졌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선거구 획정 문제가 맞물린 선거제 개편의 경우 이미 물 건너 갔다는 회의론마저 나온다.

물론 평화와 정의라는 교섭단체가 등장하면서 정치 지형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 하지만 과거 6·13 지방선거의 패배를 딛고 PK(부산·경남)에서 지역구를 득한 한국당도 큰 소리를 낼 명분을 얻는 것은 동일한 상황이다. ‘정권 심판론’이라는 명분으로 맞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기 싸움만 벌이게 된 여야는 비교적 빨리 총선 채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니 총선’으로 일컬어졌던 보궐선거가 무승부라는 결과를 내면서 각 당도 선거 준비를 앞당길 이유가 생긴 셈이다.

◇‘식물국회’…쟁점법안 처리는 안갯속

문제는 국회의 여야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국회가 극한의 대치상태에 다다르면서 처리가 시급한 민생법안 등 쟁점법안의 처리도 앞날이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당장 불발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나 최저임금법 개정안 등 처리가 장기화될 수 있다.

아울러 여야가 극렬하게 대립하면서 정국 경색 양상도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재인 정부 ‘인사 참사’를 둘러싼 책임론이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연관된 각종 사안이 꾸준히 제기될 수 있다. 4일 청와대 업무보고가 진행될 국회 운영위원회에서부터 여야의 불꽃튀는 공방이 예상된다. 이는 곧 내년에 있을 총선 향방까지도 좌지우지 할 사안이라는 점에서 이목이 쏠리는 부분이다.

   
▲ 4·3 보궐선거 통영고성에 출마한 정점식 자유한국당 후보 내외가 3일 오후 통영시 북신동 자신의 선거 사무실에서 개표방송을 보고 있다. 정 후보 왼쪽은 부인 최영화 씨./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