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단체 대표 "정권이 바뀌어도 달라지는 게 없다"며 눈물로 호소
정부 고민에 기대려는 태도 잘못된 것…자신의 삶 스스로 개척해야
   
▲ 조우현 산업부 기자
[미디어펜=조우현 기자]그 대통령에 그 청년이라고 생각했다. 며칠 전 어느 청년단체 대표가 “정권이 바뀌어도 달라지는 게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눈물을 흘린 일화 말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내용을 들여다보니 “정부가 청년의 삶을 진중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그 청년의 주장이었다. 정부의 정책이 잘못돼 청년들이 고통 받고 있다는 내용이라면 모를까, 정부가 청년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다소 의아했다. 정부가 청년 문제에 대해 진중한 고민을 시작하면 청년들의 삶이 달라질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걸까. 

물론 빌미는 대통령이 제공했다. ‘내 삶을 책임져주는 국가’ 같은 슬로건으로 정부가 국민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고 호언장담한 사람은 다름 아닌 대통령이었다. 결과는 아시다시피 ‘대 실패’다. 청년 실업률은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있고, 미래는 더욱 암담하다. 나아질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정부는 “체질 개선 중”이라는 말로 혹세무민을 실천한다. 이쯤 되면 무언가 깨달을 만도 한데 아무런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다. 정부는 계속 무언가 해주겠다고 하고, 국민들은 더 많이 해달라고 아우성친다.

‘청년 대표의 눈물’이 논란이 일자 그는 일부 언론을 통해 “대통령에게, 정부에 뭘 바라고 운 게 아니고 동료 청년들이나 힘들게 삶을 찾아가는 청년들이 떠올라 울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우리 세대에게는 숙의할 시간도 부족하고 자원도 부족하다”며 “이런 것들을 대통령이 잘 챙겨주면 좋겠다”고 말해놓고, 이제 와 뭘 바라고 그런 것이 아니라는 말은 납득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바라는 게 없었다면 애초에 그런 말을 하지 않았어야 했다. 

더군다나 ‘힘들게 삶을 찾아가는’ 것은 청년에 국한되지 않는다. 청년 시기를 보낸 뒤 부모 가 된 세대 역시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지난한 고통을 짊어지고 있다. 그보다 더 앞 세대인 할머니, 할아버지 역시 듬뿍 고생하며 오늘 날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일조했다. 이들 뿐인가, 청소년은 청소년대로 세상에 나아갈 준비를 하며 고된 날들을 견뎌내고 있다. 본래 인생이 그런 것이다. 그리고 힘든 삶을 견뎌낸 사람만이 보람, 행복 같은 것을 마주하며 밝은 미래와 가까워지는 거다. 반대로 그렇지 못한 사람의 미래는 그 누구도 장담해줄 수 없다.

전쟁의 폐허로 아무 것도 없던 시절, 기업을 일구고 고용을 창출하며 한국 경제의 근간이 된 1세대 기업인들 역시 청년이었다. 만약 그들이 ‘못 살겠다 헬조선, 이민이나 가자’며 삶을 포기했다면 오늘 날의 대한민국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오늘 날 청년 대표라는 사람이 그토록 나약한 모습을 보이니 대한민국의 미래가 암담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들의 삶을 스스로 개척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 ‘정부의 진중한 고민’에 기대려는 그들의 태도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물론 개인이 아무리 훌륭해도 국가 시스템이 받쳐주지 않으면 성공에 제약이 따를 수 있다. 정부의 촘촘한 규제로 고통스러워하는 기업이 대표적인 예다. 때문에 ‘너만 힘든 게 아니다’라는 쓴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면, 대통령을 향해 ‘진중한 고민’ 따위를 운운할 게 아니라 “소득주도 성장이랍시고 망친 경제, 다 갈아엎어 원상복귀 시켜놓으라”고 외쳤어야 했다. 무엇보다 누군가에 기대기보단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내 삶을 내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하면 ‘꼰대’나 ‘노오력충’이라는 말이 돌아오는 것이 요즘 풍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희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청년 대표라는 사람이 대통령 앞에서 눈물을 보인 그 시간,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고 있었을 청년들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누군가 울먹이며 신세 한탄을 하고 있을 때,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지며 살고 있는 그들이야 말로 이 나라의 진정한 대표고 승리자다. 이런 훌륭한 개인들이 있기에 어리석은 정부가 잠시 스쳐간다 한들 대한민국은 건재할 수밖에 없다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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