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선거 참패에 “갈라서자”까지
‘이언주 중징계’도 분란 불씨될 듯
[미디어펜=김동준 기자] 4·3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바른미래당이 결국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미 손학규 대표의 리더십은 여기저기서 도전받고 있고, 이언주 의원 징계에 따른 후폭풍도 거세다. 내부에서부터 흔들리는 바른미래당이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지형을 바꿀 공산이 커졌다는 평이다.

◇“갈라서자”까지 나와버린 바른미래

7일 정치권에 따르면 바른미래당은 손 대표의 거취를 놓고 극심한 내홍에 휩싸인 상태다. 보궐선거 직후 5일 국회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손 대표는 최고위원회-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중도개혁정당’이라는 창당 가치에 무게를 실었지만, 바른정당계에서는 전혀 다른 목소리를 냈다.

이날 이준석 최고위원은 “중간고사를 완전히 망쳤다”며 “새 지도체제와 새 지도부를 찾아야 한다”고 한 데 이어 “조기 전당대회를 준비해야 한다”며 당 지도부에 대한 여론조사 시행까지 주장했다. 하태경 최고위원도 “손 대표와 상의해 당 지도부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이와 반대로 이찬열 의원은 “떠날 사람은 떠나고 뜻 맞는 사람끼리 뭉쳐 새집을 짓고 단결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이제 깨끗하게 갈라서서 제 갈 길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피력했다. 손 대표의 의중과 뜻을 달리하는 바른정당계나 이언주·김중로 의원 등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발언이다.

◇‘당원권 정지 1년’ 징계받은 이언주

이런 와중에 내려진 이 의원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의 ‘당원권 정지 1년’ 중징계 처분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어버린 꼴이 됐다. 이 의원은 보궐선거 지원 유세 중인 손 대표를 “찌질하다”고 했었다.

당 윤리위의 징계 결정 직후 이 최고위원은 “당 대표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는 행위 자체가 징계 사유라면 도대체 친문패권주의를 비판하면서 시작했다는 국민의당은 어떤 태생적 오류를 가지고 있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전직 지역위원장들도 국회 정론관을 찾아 “제왕적 당 대표만 연상시키는 징계 논의는 중단돼야 한다”며 “대여 공격수인 이 의원에게는 장단점이 있다”고 옹호했다.

징계 결정은 받은 이 의원도 “입을 막고 손을 묶어도 저는 제가 생각하는 국민을 위한 옳은 길을 가겠다”고 밝혔다. 총선 공천을 받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강수를 둔 것으로 읽힌다.

이미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 지도부가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묶어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려 하는데, 이를 막아낼 때까지 당을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한 발언도 패스트트랙을 탈당 명분으로 삼으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한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만약 바른미래당 탈당 레이스가 시작되면 당과 대립각을 가장 강하게 세워 온 이 의원이 선두에 설 것 같다”고 했다.

◇갈등과 반목의 시간 견뎌왔지만

창당에서부터 불거진 바른미래당의 정체성 논란은 각종 정치적 기로가 생길 때마다 재연됐다. 당장 4·27 판문점선언 비준 여부를 놓고 갈등을 보인 게 대표적이다. 나아가 바른정당계 좌장 격인 유승민 전 대표는 당 의원 연찬회에서 손 대표와 당 진로에 대해 이견을 노출하기도 했다. 정체성과는 별개지만, 작게는 당 사무처 당직자 구조조정을 놓고 파열음이 들린 사례도 있다.

바람 잘 날 없는 바른미래당을 두고 민심은 외면했다. ‘개혁보수’라는 지향점을 천명했음에도 자유한국당발 악재로부터 반사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이는 ‘5·18 망언’ 논란으로 한국당이 여론의 뭇매를 맞는 순간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이 최고위원은 “바른미래당은 차별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보수와 진보의 공존’이라는 강박관념 속에서 기회를 날렸다”고 짚은 바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바른미래당이 정계개편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온다. 어떤 식으로든 당이 와해 될 수밖에 없다는 회의론이다. 바른미래당 사정에 밝은 한 야당 의원은 “지지율이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 바른미래당 의원들의 고민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 지난 2일 창원 성산구 상남시장에 4·3 보궐선거 유세 지원을 하고 있는 손학규 대표./바른미래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