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최근 2년 연속 FA 대형 포수의 이적이 있었다. 2017시즌 후 롯데 자이언츠 강민호가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2018시즌 후에는 두산 베어스 양의지가 NC 다이노스로 FA 이적했다.

강민호와 양의지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포수들이다. 강민호는 국가대표 주전 포수였고, 양의지가 강민호의 뒤를 이어 국가대표 주전 포수로 활약했다.

강민호가 삼성으로 이적해 활약한 첫 해였던 2018 시즌, 롯데는 삼성에 일방적으로 밀렸다. 시즌 상대 전적이 4승 12패였다. 롯데는 두산에도 3승 13패로 절대 열세를 보이긴 했으나 두산은 정규시즌 우승팀이었다. 객관적 전력에서 밀릴 만했다. 

하지만 지난해 삼성은 최종 순위 6위로 7위 롯데에 1경기 차 앞섰을 뿐인 팀이었다. 롯데가 삼성에 이렇게 철저히 밀린 것을 '강민호 효과' 외에는 따로 설명할 길이 없다. 가정법이긴 하지만 롯데가 삼성전에서 반타작(8승8패)만 했어도 순위 5위가 돼 가을야구에 나설 수 있었다.

   
▲ 사진=삼성 라이온즈, NC 다이노스


올해는 두산이 NC에 당하고 있다. 지난 5~7일 두 팀의 첫 3연전 맞대결이 잠실구장에서 펼쳐졌다. NC가 예상과는 달리 3연전을 스윕했다. 두산은 NC를 만나기 전까지 6연승 행진 속 단독선두를 질주하며 여전히 리그를 지배하는 최강팀의 면모를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3연패를 당하면서 SK에 선두를 내줬고, NC에는 추격을 당해 공동 2위를 허용했다. 

시즌 초반이고 아직 3경기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NC의 두산전 스윕은 이변에 가깝다. NC가 3연전에서 두산을 모두 이긴 것은 2015년 5월 이후 근 4년 만이었다. 역시 '양의지 효과' 외에는 따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주전 포수는 다른 팀에 내주면 안된다'는 야구계 속설이 있다. 포수의 역할을 강조하는 말이다. 포수는 마스크를 쓰고 투수 리드를 하며 안방을 지키는 것 외에도 내야 수비를 조율하고, 주자들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등 팀 살림살이 전반을 책임진다.

이런 일을 해내던 포수가 다른 팀으로 옮기면, 사실 이적한 팀 외의 다른 팀에는 당장 큰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있다. 새로 주전 포수를 영입한 팀의 전력이야 상승하겠지만, 다른 팀 입장에서는 강민호가 롯데 포수든 삼성 포수든, 양의지가 두산 포수든 NC 포수든 그저 상대해야 할 한 팀일 뿐이다. 

하지만 그 선수를 내준, 이른바 '친정팀'은 다르다. 팀의 장단점, 투수들의 세세한 특징들을 꿰차고 있던 포수를 적으로 만나게 되는 것이다. '지피지기 백전불태'라는 병법의 가르침이 괜히 있는게 아니다.

더군다나 강민호와 양의지는 안정된 포수 수비뿐 아니라 매 시즌 20개 안팎의 홈런을 날릴 수 있는 장타력을 갖춘 공격형 포수로 타격에서도 쏠쏠한 활약을 펼친다.

양의지는 이적 후 두산과 첫 3연전에서 NC의 3연승을 이끌어냈다. 1차전과 3차전은 선발 출전했고 2차전은 경기 후반 교체 투입돼 팀 승리의 순간 모두 안방을 지켰다. 7타수 3안타(타율 0.429) 3타점으로 공격에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적이 된 양의지의 뜨거운 맛을 본 두산이 NC를 다시 만났을 때 어떤 경기를 펼칠 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참고로, 롯데는 삼성과 올해 첫 3연전에서도 1승2패로 루징시리즈를 기록했고 강민호는 13타수 5안타에 홈런을 3방이나 날리며 5타점을 올려 친정팀에 또 아픔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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