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문화재재단, 라이엇게임즈 지원으로 '척암집 목판' 구매
   
▲ 척암선생 문집 책판 [사진=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유럽으로 흘러갔던 항일의병장 문집 책판이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하 재단)은 1895년 유생들이 일으킨 '을미의병' 당시 경북 안동에서 의병장으로 활약한 척암 김도화(1825∼1912) 선생의 문집 책판을 지난 3월 독일 경매에서 낙찰받아 국내로 들여왔다고 11일 밝혔다.

이번에 귀환한 '척암선생문집책판'(拓菴先生文集冊板)은 가로 48.3㎝, 세로 19.1㎝, 두께 2.0㎝로, 손잡이인 마구리는 양쪽 모두 사라졌고, 한쪽 면은 금색 안료로 칠했다.

척암 문집을 찍기 위해 1917년 무렵 제작한 책판 1000여 장 중 한 장으로, 김도화가 '태극도설'(太極圖說)을 설명한 권9 23∼24장에 해당한다.

이전까지 확인된 척암선생문집책판은 20장으로, 모두 안동 한국국학진흥원 소장품으로, 이중 후손이 기탁한 책판은 지난 2015년 10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유교책판' 중 일부다.

이 책판은 온라인 게임 회사이자 조선 불화 '석가삼존도'와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 귀환에 기여한 문화재지킴이 기업인 라이엇게임즈의 지원 덕분에 돌아왔다.

재단이 지난 2월 독일 뒤셀도르프 소재 경매회사가 주최하는 경매에 출품됐다는 사실을 파악했고, 3월 14일 열린 경매에서 라이엇게임즈가 후원한 자금을 활용해 구매한 것.

안동에서 태어난 김도화는 고성 이씨 이찬의 딸과 1839년 혼인하면서, 독립운동 산실인 임청각(臨淸閣) 문중의 사위가 됐는데, 임청각은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 선생의 가옥이며, 김도화는 이상룡의 종고모부다.

그는 조선 후기의 학자 유치명에게 학문을 배우고 퇴계학통을 계승, 후학을 양성했다.

명성황후 시해사건이 일어나고 단발령이 시행되자, 나이 일흔에 곽종석, 김흥락 등과 함께 일제의 국권 침탈을 우려하는 안동통문을 각지에 보냈고, 이듬해 결성된 안동의진(安東義陣)에서 권세연에 이어 2대 의병장에 올라 지휘부를 조직, 의병 참여를 호소했다.

또 상주 태봉에 주둔한 일본군 병참기지를 공격했다.
   
그러나 결국 1910년 경술국치가 일어나자, 대문에 이를 반대하는 '합방대반대지가'(合邦大反對之家)라는 문구를 써서 붙이기도 했다.

지난 1990년 대한민국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됐다.

척암 문집은 그가 세상을 떠난 뒤 편찬 작업이 시작됐고, 손자와 문인들이 1917년 영천에서 목판으로 간행했으며 이후 속집(續集), 부록, 별집(別集)도 나왔다.

재단 관계자는 "임시정부 수립일에 귀환 사실을 공개한 척암집 목판은 국학진흥원에서 관리한다"며 "행방을 몰라 빠졌던 세계기록유산의 일부를 되찾아왔다는 점에서, 뜻이 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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