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1953년 형법에 규정된 낙태죄가 66년 만에 사실상 '위헌' 결정이 내려지며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헌법재판소(헌재)는 11일 오후 산부인과 의사 A씨가 '자기낙태죄와 동의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1항과 동법 270조1항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구체적으로는 4(헌법불합치)·3(단순위헌)·2(합헌)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는 해당 법률이 사실상 위헌이지만, 즉각적인 무효화에 따르는 법 공백과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법 개정 전까지 한시적으로 그 법을 존속시키는 결정이다.

앞서 헌재는 지난 2012년 8월23일 재판관 4대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7년 만에 판단을 뒤집었다.

   
▲ 헌법재판소는 11일 산부인과 의사 A씨가 '자기낙태죄와 동의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1항과 동법 270조1항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사진=미디어펜

헌재는 이날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했고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공익에 대해서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며 "다만 낙태죄 규정을 곧바로 폐지해 낙태를 전면적으로 허용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 따라 2020년 12월 31일까지 법조항을 개정하라"고 밝혔다.

내년 12월31일까지 형법 해당 조항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 낙태죄 규정은 폐지되고 시한이 만료된 낙태죄의 법률 효력은 사라진다.

자기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1항에 대해 헌재는 이날 "모자보건법이 정한 일정한 예외를 제외하고는 임신기간 전체를 통틀어 모든 낙태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벌을 부과하도록 정해 임신한 여성에게 임신의 유지·출산을 강제하고 있어 임신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의사들의 동의낙태죄를 규정한 270조1항에 대해 헌재는 "자기낙태죄가 위헌이므로 동일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임신 여성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의사를 처벌하는 조항도 같은 이유에서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 3월11일 오후1시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위헌'에 대해 찬성하는 시민단체측 집회가 열리고 있다./사진=미디어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