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에선 부담” “보수 선명성”…정치권선 다양한 해석
[미디어펜=김동준 기자] 자유한국당이 ‘대통합’을 거론하며 분위기를 띄우자 이미 흔들리던 바른미래당이 더 흔들리는 모양새다. ‘보수 빅텐트’를 중심으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내 일부가 모여들 거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당과 각을 세우며 입지를 구축한 이언주 의원에게 시선이 쏠린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4·3 보궐선거 참패로 극심해진 바른미래당 내분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바른정당 출신 유승민계에 이어 국민의당 출신 안철수계에서마저 손학규 대표 사퇴를 촉구하고 나선 상태다. 어디에도 의지할 곳 없는 손 대표의 사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유승민 전 대표가 “덩치만 키우는 통합은 국민에게 외면받을 것”이라며 한국당과의 통합설에 선을 그은 점은 변수다. 유 전 대표는 지난 9일 “저를 포함한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이 한국당에 간다는 얘기를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다”고 했다. 오신환 사무총장도 이날 “(당내) 갈등이 한국당으로 들어가기 위한 전략적 선택 아니냐고 몰아가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보탰다.

상황이 일단 이렇게 흐르면서 우려됐던 바른미래당발(發) 대규모 탈당 가능성은 당분간 사그라들 전망이다. 다만 앞서 이학재 의원이 바른미래당을 나와 한국당에 복당한 것처럼 개별 의원들의 탈당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평이다. 한 한국당 의원은 “탈당은 쉽지 않은 결정”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바른미래당 내 일부 의원들은 오래전부터 그 고민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주목받는 인물이 이 의원이다. 이미 당으로부터는 ‘당원권 정지 1년’이라는 중징계를 받아 내년 총선에서의 공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고, 이 의원 본인부터 “탈당을 해서 무소속으로 갈 것인지, 보수 제1야당(한국당)과 함께 할 것인지 등 여러 선택지가 있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만약 바른미래당이 와해되는 국면이 오면 이 의원이 탈당의 시발점이 될 거라는 얘기다.

이 의원은 그간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자유시장경제 가치를 설파해 왔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등 시장개입 성격의 각종 정책에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고, 이는 곧 이 의원의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최근에는 손 대표를 향해 “찌질하다”고 발언한 점이 당내 분란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면서 정치적 체급도 올라갔다는 평가다.

하지만 한국당이 이 의원을 받아들일지는 물음표가 붙는다. ‘행동하는 자유시민’이라는 외곽조직을 구축한 데다 이 의원이 보여온 정치 행보가 사실상 부담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야권 관계자는 “개인 정치인이 지지세력이 있다는 것은 당 차원에서는 양날의 검일 수 있다”며 “여야를 넘나들었던 이 의원은 행보를 보면 한국당도 이 의원을 쉽게 받아들이긴 힘들 것”이라고 했다.

물론 반대 의견도 있다. 이 의원의 한국당 입당은 한국당의 선명한 보수 가치 구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해석이다. 한 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이 의원만큼 문재인 정부와 싸운 야당 정치인도 찾기 쉬운 것은 아니”라며 “이 의원의 입당은 어느 측면에서든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 사진은 바른미래당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언주 의원./바른미래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