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주가연계증권(ELS) 발행이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는 가운데, 업계는 발행물량을 늘리고 있는 반면 당국은 ‘쏠림현상’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엇갈린 메시지가 동시에 나오면서 금융 소비자들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ELS와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발행액이 총 8조 357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월 대비 무려 3조 5945억원이 급증한 것이다. 2월 영업일수 부족으로 일부 발행분이 3월로 이월된 영향이 일부 있었다. 게다가 기초자산 가격 상승에 따른 환매가 증가한 점도 작용했다.

   
▲ 사진=연합뉴스


분명한 것은 ELS 발행이 시장의 호의적인 반응을 등에 업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홍콩 H지수나 유로스톡스50 등을 활용한 해외 지수형 발행 비중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금융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반영된 결과다.

지난 3월의 경우 해외 지수형 ELS 발행은 전체의 89.8%를 차지했다. 국내 종목형과 국내 지수형은 각각 4.4%와 4.3%의 비중을 보였다. 회사별로는 삼성증권이 1조 4567억원으로 가장 많은 물량을 발행했고, 미래에셋대우는 1조 2247억원 발행으로 그 뒤를 이었다.

ELS와 ELB의 흥행은 기초자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투자심리 안정’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시점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ELS 만큼 매력적인 상품을 찾기는 힘든 게 사실”이라면서 “흥행은 자연스러운 시장의 반응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ELS‧ELB 흥행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당국은 증권사들이 발행한 ELS‧ELB 등이 편입한 기초자산 수가 늘면서 조기 상환구조가 복잡해지고 있다는 지적을 했다.

아울러 H지수 쏠림을 방지하기 위한 ‘자율규제’가 종료되면서 시장 급락시 발행 증권사나 투자자의 손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ELS 기초자산의 특정 자산 쏠림이나 그림자 금융 등이 금융시장 리스크 요인이 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업계의 반응은 ‘너무 빠른 우려’라는 게 주류다. H지수 등 일부 기초자산 활용이 늘어난 건 사실이지만 아직 ‘쏠림 현상’으로까지 볼 수준은 아니라는 반론이다. 이중호 KB증권 연구원은 “특정 기초자산에 70% 이상 점유율로 1분기 이상 누적되는 현상이 나타날 때 문제 발생 소지가 있다고 본다”면서 “아직 쏠림에 대해 고민할 시기는 아니며 당장은 ELS나 ELB 시장의 확대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와 시장의 시각차가 존재하는 가운데, 당국이 너무 빠른 ‘브레이크’를 걸 경우 결과적으로는 불필요한 리스크가 생성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다른 고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전반적인 위험 감소를 위한 시스템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안다”면서도 “본래의 목적과는 관계 없이 당국의 시장개입 자체가 또 다른 리스크가 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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