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보유 자체보다 '관련종목 투자' 문제…의혹 수사 필요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를 둘러싼 논란을 바라보며 씁쓸함을 느끼지 않을 국민은 드물 것이다. 지난달 20일 문재인 대통령의 지명 이후로 시간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후보자를 둘러싼 논쟁은 좌우간의 진영논리와 표리부동, 무분별한 내 편 감싸기로 나라 전체를 병들게 하고 있다.

법조인들, 특히 판사들이 주식 투자를 해도 되느냐의 문제에 대한 ‘정답’은 없다. 다만 대법원 법관윤리강령은 ‘재판의 공정성에 의심을 초래할 위험이 있는 경우 관련한 경제적 거래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오랜 법조계 생활을 한 이 후보자는 이 윤리강령의 존재와 그 의미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 위치에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미선 후보자의 주식투자 그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담당한 재판과 어떻게든 연관 있는 종목에 투자를 했다는 점이 문제다. 

이 후보자는 과거 이테크건설의 하도급업체가 고용한 기중기 기사의 과실에 대해 보험회사가 업체 측 배상을 주장하며 제기한 민사소송에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로서 참여했다. 당시 이 후보자 부부는 이테크건설 주식을 약 13억원어치 매수한 상태였다. 회피 신청을 할 수 있었음에도 오해를 자초한 형국이다.

이 지적에 대한 이 후보자의 첫 번째 해명은 “남편이 했다”는 것이다. 현직 판사가 남편에게 명의를 빌려주고 수십억대 투자가 이뤄지는 동안 제대로 점검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정말로 몰랐다면 그 둔감함 역시 고위 공직자로서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자신의 자산은 물론 경력과 관련한 가장 중요한 해명을 남편에게 떠맡기는 모습 역시 21세기 여성 리더에게 기대되는 롤모델과는 거리가 멀다. 남편 오충진 변호사는 계속 해서 자신의 SNS 계정에 해명글을 올리고 있는데, 이쯤 되면 후보자가 누군지도 혼란스럽다.

남편 오충진 변호사가 내놓은 설명이라는 것도 명쾌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오 변호사는 이 후보자가 담당한 재판에서 이테크건설이라는 회사는 당사자가 아니며, 그 사건에서 원고나 피고 어느 쪽이 이기든 전혀 손익을 보는 관계가 아니라고 밝혔다.

전형적인 아전인수격 해석이다. 재판 당사자가 아니라 ‘관련자’라는 이유만으로 주가가 영향을 받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또한, 이 후보자의 판결이 실제 주가에 영향을 주지 않았더라도 그럴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는 점은 충분히 문제가 된다. 대법원 윤리강령이 말하고 있는 ‘재판의 공정성에 의심을 초래할 위험’이 야기되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헌법재판관 9명이 모이면 투표로 뽑힌 대통령도 파면시킬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 어느 때보다 이들 재판관에 대해 높은 도덕성을 요구한다. 판사의 본분은 ‘주가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이 아니다. 영향을 줄 수 있는 범위 자체에 진입하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현재 국민들이 헌법재판관들에 대해 원하는 수준이다.

만약 이 후보자가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된다면 그때부터 우리는 ‘판사가 자신이 재판한 기업의 본청업체 주식을 수십억대 보유해도 되는 나라’에 살게 된다. 배우자가 했다는 명분만 있으면 판사가 주식 투자를 얼마든지 자유롭게 되는 나라에 살게 된다. 이번 사태는 과연 우리가 이러한 선례를 남겨도 될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미선 후보자는 조속히 사퇴함으로써 나라의 정의를 세우는 데 기여해야 한다. 아울러 검찰은 이 후보자 부부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 남김없이 수사해야 할 것이다. /미디어펜 사설
[미디어펜=편집국]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