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손으로 출금 서비스' 50개 점포서 운영
손바닥 정맥만 대면 통장·인감 없이도 현금 인출
[미디어펜=박유진 기자] 정부가 핀테크(Fin-Tech)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 손바닥 정맥만으로 돈을 인출하는 서비스가 출시됐다.

기존까지 홍채와 지문, 정맥과 같은 생체 인증 서비스는 비대면 거래의 실명 인증 수단 등으로 사용돼 왔지만 은행 영업점 내에서도 통장이나 인감, 비밀번호를 대신해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2일 서울시 여의도 소재 KB국민은행 본점을 방문해 '손으로 출금 서비스' 시연 행사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허인 KB국민은행장, 김학수 금융결제원장, KB국민은행 거래 고객 3명 등이 참석했다.

   
▲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12일 서울시 여의도 소재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손으로 출금 서비스'를 직접 체험하고 있다./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이날 최 위원장은 손으로 출금하는 서비스를 직접 체험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영업점 창구에 있는 정맥 인증 기계에 손바닥을 대 최초 정맥 등록 절차를 마치고, 그 이후 손바닥 정맥을 기계에 스캔(Scan)해 만원을 인출했다.

통상 은행 영업점에서 돈을 뽑기 위해서는 통장이나 카드, 인감, 계좌 비밀번호 등의 입력이 필수다. 그러나 이 서비스를 통하면 이러한 절차가 모두 생략된다. 위·변조 우려가 없는 정맥이 개인 인증 도구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최 위원장은 "은행의 모든 창구 및 현금입출금기(ATM)에서 정맥인증 활용이 가능해짐에 따라 통장이나 신분증, 현금카드, 비밀번호 없이 은행거래가 가능해졌다"면서 "많은 고객들이 편리함을 느낄 것으로 보이고, 그간 비대면 거래 위주의 서비스 개선이 이뤄져 혜택을 누리지 못하던 대면거래 성향 고령자들도 편의를 누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권의 혁신 서비스는 인터넷이나 모바일뱅킹과 같은 비대면 채널 중심으로 이뤄져 디지털 기기를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고령자 등이 소외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이 서비스는 영업점에서도 이용할 수 있고 사용 방법도 편리해 전 연령층에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예컨대 계좌 비밀번호를 자주 잊어버리는 고령자나 통장이나 카드 없이 돈을 급하게 뽑아야하는 소비자에게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 모바일뱅킹 등에서 흔히 이용할 수 있는 홍채인증 서비스의 모습/사진=BNK부산은행 제공


금융위원회는 이 서비스 출시를 위해 은행업감독규정의 규제를 예외적으로 완화하는 유권해석을 내린 상태다.

현행 감독규정에 따르면 은행 영업점 창구 거래 때 통장이나 인감 없이 예금을 지급하는 행위가 금지돼 있고, 지점장 승인을 받은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정맥 인증 방식의 경우 본인확인 수단으로 신뢰성이 높아 예금을 지급할 수 있게 규제를 풀어줬다.

금융당국은 오는 상반기까지 예금 지급 때 통장이나 인감 확인 의무를 삭제하는 내용의 은행업감독규정 개정안을 추진할 계획인데 보안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시연 행사에 참석한 소비자들 또한 개인정보 유출 문제 등을 제기했다.

임근식 KB국민은행 개인고객부 부장은 "이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보안성이었다"며 "정보 보안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정맥 정보를 은행과 금융결제원 두 곳에 보관하고 있고, 금융거래가 완료되면 해당 정보를 완전히 폐기시켜 해킹이나 정보 유출의 가능성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향후 금융당국은 금융사고 방지를 위해 은행마다 내부통제 기준 마련을 의무화한다는 계획이다.

   
▲ (사진 왼쪽부터) 허인 KB국민은행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최종구 금융위원장, 김학수 금융결제원장 12일 서울시 여의도 소재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손으로 출금 서비스' 시연 행사를 마친 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이번 사업은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와 금융결제원의 고객정보 분산 보관 신기술, 금융사의 도전적 혁신이 힘을 모아낸 결실"이라며 "고령층 등 디지털 소외계층에게 보다 쉬운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더욱 의미가 크다"고 소감을 전했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은 "지난해 11월부터 전사적으로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을 추진하고 있다"며 "앞으로 젊은 사람만 좋아하는 디지털이 아니라 전 연령대가 좋아하는 디지털 금융을 선보일 계획이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이번 서비스를 50개 점포에서 우선적으로 선보인 뒤, 오는 하반기 전국 영업점에 확대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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