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순위 청약 마감 단지 미계약 물량 ↑…부적격 당첨자 증가에 대출 문턱 높아진 탓
-'무순위 청약' 분양 시장 새로운 관심사 '부상'…현금 보유 다주택자 '기회' 늘려준꼴
[미디어펜=홍샛별 기자]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 강화, 잦은 청약 제도 변경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청약 시장에서 미계약 물량을 주워담는 이른 바 ‘줍줍’ 열기가 이어지는 등 현금 자산가들의 기회만 늘려주는 꼴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 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 강화, 잦은 청약 제도 변경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사진은 최근 수도권 한 택지지구 분양 단지 견본주택에서 상담을 기다리는 방문객들의 모습 /사진=미디어펜


1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분양시장에서는 1순위 청약 마감 단지에서도 미계약 물량이 늘어나는 추세다. 

잦은 청약 제도 개편으로 부적격 당첨자가 느는 데다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증가했기 때문. 그동안 ‘로또 분양’이라는 이름 아래 청약 불패 신화를 써내려온 서울 등 수도권 지역 역시 마찬가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부적격자로 당첨이 취소되거나 계약 포기에 따른 미계약 세대를 분양하는 ‘무순위 청약’이 분양 시장의 새로운 관심사로 떠올랐다. 

특히 청약 시장에서 선순위에 진입하지 못했던 다주택자들에게는 새로운 ‘기회’로 여겨지며 줍고 또 줍는다는 ‘줍줍’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그동안 잔여물량은 건설사들의 재량에 맡겨졌다. 대부분 청약 일정이 끝난 뒤 선착순 또는 인터넷 접수 등을 통해 청약자를 결정되곤 했다. 

그러나 청약자격 강화로 부적격 당첨 취소분이 증가하면서 공정성 시비가 불거졌고, 정부는 최근 부적격·미계약분 공급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바로 ‘사전 무순위 청약’이다.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지난 2월 1일 이후 입주자 모집 승인신청분부터 적용됐다.

1순위 청에 앞서 이틀 동안 진행되는 사전 무순위 청약은 청약통장이 없어도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신청이 가능하다. 다만 투기·청약 과열지역에서는 해당 주택건설지역 또는 해당 광역권(서울의 경우 수도권) 거주자여야 한다. 당첨자는 추첨으로 결정되며 당첨 이력 기록이 남지 않아 추후 1순위 청약을 넣는데도 제약이 없다.

실제 지난 10~11일 서울에서 처음으로 ‘사전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192’에는 무려 1만4376명의 신청자가 몰렸다. 단지 일반분양 물량이 1129가구인 점을 고려하면 약 13배에 달하는 인원이 ‘줍줍’을 꿈꾸며 사전 무순위 청약에 뛰어든 셈이다. 

시장에서는 다주택 투기 수요를 잡기 위한 대출 규제 강화, 무주택 실수요자 기회 확대를 위한 청약 제도 변경 등 정부의 대책이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보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이나 수도권 등 입지가 뛰어나고 분양가 상한제 등으로 주변 시세 대비 저렴한 분양가를 택한 지역은 미계약 물량을 주워 담으려는 수요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자금 부담 때문에 계약을 포기한 사람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미계약 물량을 선점하려는 수요자 대부분은 충분히 대출없이 자금을 치를 수 있는 자산가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도 “서울 등 인기 지역에서는 분양가 9억원이상 단지는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하다”라면서 “무주택 실수요자를 위한다는 대출 규제가 결국 수십 년 동안 기다려 온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을 더욱 멀어지게 한 꼴”이라고 밝혔다.

권 교수는 이어 “현재 시장은 정부의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면서 “대출 규제, 청약 제도 변경 등이 현금을 보유한 다주택자들의 자산 증식에 이바지 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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