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만에 재개한 세아베스틸과 다른 '이현령 비현령'식 산업안전행정 논란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한솔제지[213500] 충남 장항공장이 지난 3일 발생한 계열사 직원의 사망사고 원인조사 이유로 가동이 2주일째 전면 중단되면서 300억 원 규모의 매출 손실이 발생했다.

15일 한솔제지에 따르면 장항공장은 △제지공장·물류설비 건설 △폐기물 수집·운반 및 발전 △수처리 설비를 담당하는 계열사 한솔EME 소속 근로자 A씨가 전기 설비 점검을 하던 중 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직후 대전지방고용노동청 보령지청으로부터 작업중지 결정이 내려졌다. 벌써 가동이 중단된 지 약 2주일이 지났다.

국내 최대 인쇄용지 및 감열지 생산기지인 장항공장은 작년 매출이 7446억 원에 달하는 대형 사업장이다. 한솔제지 관계자는 "가동 중단에 따른 매출 감소액은 대략 300억 원 규모"라고 말했다.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물량의 절반가량은 해외로 수출되는 품목이다. 생산 설비 가동 중단이 장기화 될 경우 수출 재고 물량 부족과 해외 고객 이탈 등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상실 가능성 역시 제기된다는 게 제지 업계의 관측이다.

특히 제지업계에서는 한솔제지 장항공장 근로자 사망사고와 최근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세아베스틸 군산공장 사건에 적용된 공장가동중단 기준이 다르다며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9일 세아베스틸 군산공장에선 추락사가 발생했다. 추락사는 산업안전보건법 상 중대 재해로 규정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아베스틸 군산공장을 관할하는 광주지방고용노동청 군산지청은 11일 사고가 발생한 생산라인을 제외한 나머지 생산라인에 대한 작업을 재개해도 좋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세아베스틸 군산 공장은 △전기로·열처리로 관련 공정 △고철 입고 공정 △제품 출하 공정 △자동차 부품 생산 등을 재개했다.

13일째 가동이 전면 중단된 한솔제지의 경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와 관련, 제지업계 한 관계자는 "사고 발생 시 관련 규정에 따라 담당 행정기관은 시정 명령을 내리고, 기업은 시정계획서를 제출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세아베스틸의 경우와는 다르게 노동 당국은 같은 산업 재해임에도 한솔제지 장항공장에 대해선 공장 전체의 생산라인을 멈출 것을 명령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아울러 "고용노동청의 '엿장수 마음대로'식 노동행정은 공정하지 않다"며 "정부 당국의 공정하고 형평에 맞는 행정처리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대전지방고용노동청 보령지청 관계자는 "현행법 상 피의사실을 공표할 수 없기 때문에 조사 과정을 자세히 밝혀줄 수 없다"면서 "세아베스틸과 한솔제지 사건 모두 중대사고이긴 하나, 동일선상에서 봐야 한다는 건 업계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전자의 경우 단순 추락사이고, 후자의 경우 시스템적 문제"라는 입장을 내놨다.

또한 "현재 조사 중에 있으며 언제 끝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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