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의원들 "표 떨어져"·"국민 눈높이 맞지 않아" vs "이 정도 의석 있어야"
[미디어펜=장윤진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내년 총선에서 260석을 석권하겠다'고 발언한 것을 놓고 야4당이 일제히 비판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내에서도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따로 입장을 내고 발언 취지를 설명하는 등 진화에 나섰지만, 당 내에서조차 '신중치 못한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지나친 자만이 국민들에게 오만으로 비춰지고 여야 구도를 놓고 봐도 비현실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19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현재 128명 의원에서 150명 채우기도 힘든 상황이다. 260석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이 대표가 원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위원장들 사기를 복 돋아주는 차원에서 한 발언 같은데 도가 지나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 대표가 지난번에 '한국 남성이 베트남 여성과 결혼을 선호한다'라는 말을 하는 등 실언을 자주 하는데 국민 정서를 고려해 말을 삼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집권 여당으로서 겸손하고 절실하게 가야 하지, 오만하거나 자만심 넘치는 것처럼 국민들에게 보여져선 안 된다"며 "앞서 나왔던 20년 집권론도 마찬가지다. 덕담 취지로 말했어도 일부는 오해할 소지가 크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우려했다.

다른 의원 또한 "과하면 국민 눈높이에는 지나치다"며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속내는 그러하더라도 공개적으로 어떻게 꺼낼 수 있나. 표 떨어지는 것 외에 아무 도움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반면 당 내에서는 이 대표 발언을 옹호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노웅래 의원은 18일 cpbc(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 세상 오늘'에 나와 "촛불정신을 받들려면 이런 정도의 의석은 있어야지 된다고 하는 확고한 의지와 목표를 제시한 것"이라며 "오죽했으면 (이 대표가) 그렇게 얘기했겠나"라고 반문했다.
 
노 의원은 이어 "국회에서 되는 게 없으니까, 제도적 개혁과 민생 법안이 꽉 막혔으니까 '우리가 촛불 정신을 받들려면 이 정도 의석은 있어야 한다'는 확고한 의지 목표를 제시한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원혜영 의원 또한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의 내년 총선 240석 발언은 100여명 원외위원장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한 말"이라며 "'여러분들이 모두 당선되면 우리는 240석도 할 수 있다, 그러니 힘내자'라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 의원은 "마치 국민들에게 한 말처럼 보도되고 있는데, 충분히 알아듣고도 (언론이) 취지를 왜곡하는 모습은 참 유감"이라며 옹호하고 나섰다.

이처럼 이 대표 발언의 취지와 여파를 두고 여당 내부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지만, 향후 당 지도부가 내부의 보수적인 목소리에 귀 기울여 1년 남은 총선을 신중하게 대비할 것이라는 관측이 크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4월1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원외지역위원장 협의회 총회 인사말에서 "240석을 목표로 내년 총선을 준비하겠다"며 "125명의 원외위원장들이 내년 총선에 다 당선되면 우리 당이 240석이 되고 비례대표까지 합치면 260석쯤 된다"고 말했다"/사진=더불어민주당


[미디어펜=장윤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