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최근 시중금리가 하락하면서 단기금융업 사업을 하고 있는 NH투자증권이 상품 금리를 인하하거나 일부 상품에 대한 판매를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발행어음 상품이 잘 팔려도 확보된 자금을 운용할 만한 수익처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선발주자인 한국투자증권 역시 비슷한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 NH투자증권은 기관용 원화 발행어음 판매 한도 5000억원 추가 판매를 시작했다. NH투자증권이 기관에 발행어음을 판매하는 건 올해 들어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속도조절’로 해석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국내 증권사 중 NH투자증권은 한국투자증권과 함께 단기금융업 영위를 할 수 있다. 특히 NH는 선발 주자인 한국투자증권이 징계 건으로 주춤하는 사이 빠르게 시중 단기 유동자금을 흡수하면서 2019년 들어서만 발행어음 수신 잔액을 1조원 가까이 확대시키는 저력을 보였다. 지난 12일 기준 NH투자증권 발행어음 수신 잔액은 누적 2조 7033억원에 달한다. 

세부 내용을 보면 NH투자증권의 원화 발행어음 수신 금액 중 리테일고객(개인과 일반법인) 비중은 67%, 연기금 등 금융기관 비중은 33%로 배분돼 있다. 판매 채널별 수신금액 비중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3:7 정도다. 외화 발행어음의 경우 오프라인 판매만 가능하기 때문에 총 수신 잔액 중 95%가 리테일로 판매됐다. 나머지 약 5%는 기관에 팔렸다. 

발행어음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업계의 기존 예측보다도 뜨거운 편이다. 이에 NH투자증권은 올해 발행목표 4조원의 70%를 1사분기에 이미 달성했다. 현 시점에서 발행어음 수신금액을 늘리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NH는 판매량 조절에 나섰다.

이는 자금을 성공적으로 조달해도 조달된 자금을 효율적으로 투자하는 작업이 기대만큼 순조롭지 않은 까닭이다. 특히 수신금리에 맞는 운용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처가 많지 않다는 게 가장 큰 난제다.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은 기업금융 관련 자산에 50% 이상 투자돼야 하고 부동산 자산에는 30% 미만으로만 투자가 가능하다. 

NH투자증권 발행어음 수신금리는 1년물 기준 2.3%다. 현재 상황에서 고객들에게 낮지 않은 이자비용을 지급해야 하지만 발행어음 수신 자금의 주요 투자자산인 신용등급 'AA'급 이상 회사채는 금리가 1%대에 불과하다. 수익률이 매우 낮거나 역마진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낮은 수익률을 상쇄할 수 있는 수단으로는 대출이나 부동산 투자가 손꼽힌다. 특히 최근 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심이 많이 올라갔다. 문제는 부동산에 총 수신자금의 30%까지만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을 담보로 한 자산유동화증권(ABCP) 등을 빼고 나면 실제 고수익을 보장하는 실물 부동산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은 많지 않다는 결론이다.

단기금융업 선발주자인 한국투자증권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결국 일부 상품에 대해서는 판매를 아예 중단했다. 예를 들어 이날 현재 1.8%의 금리를 지급하는 7~90일 발행어음과 1.85%의 금리를 지급하는 91~180일 발행어음 매수는 불가능한 상태다. 향후 상황에 따라서는 발행어음 금리를 인하시킬 가능성도 있다. 이미 NH투자증권은 지난 15일부터 'NH QV발행어음(원화]'의 금리를 기간에 따라 0.1~0.2%포인트씩 인하하기 시작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중 유동자금이 충분한 상황임에도 단기금융상품을 판매할 수 없다는 건 증권사들의 딜레마”라고 지적하면서 “최근 KB증권이 시장에 추가진입 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을 고려했을 때 단기금융상품 판매에 대한 규제를 어느 정도 손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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