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지난 19일 정례회의에서 KB증권의 단기금융업 인가 안건을 보류시켰다. 오랜 시간 단기금융업을 준비해온 KB증권은 유동성이 넘치는 발행어음시장에 진입할 기회를 재차 놓치게 됐다. 업계는 증선위의 이번 결정이 ‘규제로 가로막힌 혁신’ 사례로 기록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증선위는 지난 19일 개최된 정례회의에서 KB증권의 단기금융업 인가 안건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유보했다. 금융위 측은 “증선위원들이 조금 더 논의할 내용이 있어 다음 회의에서 인가 안건을 재차 다루기로 했다”고 사정을 설명했다. 

   
▲ 사진=KB증권


업계 안팎에서는 현재 증선위원에 공석이 많아 단기금융 인가 같은 중요한 안건을 처리하기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현재 증선위원 5석 가운데 2석이 공석이다. 

증선위원 공석의 변수 정도를 제외하면 KB증권의 KB증권의 단기금융업 인가는 거의 확실해 보였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사업이 보류되면서 KB증권으로서는 투자은행(IB) 등 사업 확대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됐다.

KB증권은 이미 재작년 7월 금융위에 단기금융업 인가를 신청했다가 옛 현대증권 시절 받은 제재가 문제시돼 스스로 신청을 철회한바 있다. 그 뒤 절치부심해 작년 12월 재신청을 진행했다. 단순 계산을 해도 근 2년 가까이 준비를 해온 셈이다.

그동안 KB증권은 IB 역량 강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작년 말 IB총괄본부를 기업금융 담당 'IB 1총괄본부'와 프로젝트파이낸싱 전담 'IB 2총괄본부'로 확대 개편했다. 단기금융업 인가를 위해서는 전담 태스크포스도 운영했다.

그럼에도 번번이 인가가 미뤄지면서 작년 4분기 적자를 기록했던 KB증권의 경영 상황은 난항을 거듭하게 됐다. 작년 3분기까지만 해도 KB증권의 누적 연결 당기순이익은 2435억원에 달해 전년동기(1528억원) 대비 대폭 상승했지만, 4분기에는 32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공시했다.  이로 인해 연간 당기순익도 1897억원에 그쳐 전년(2353억원) 대비 19.4% 감소했다. 

만약 단기금융업에 진출에 발행어음으로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다면 숨통이 트이겠지만 지금으로써는 언제 그렇게 될 수 있을지 알 수 없어졌다.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으면 자기자본의 200%까지 어음을 발행할 수 있기에 자금조달 능력이 비약적으로 강화된다. 

현재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이미 발행어음으로 약 4조 7000억원, 2조 7000억원씩의 자금을 모집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조달속도가 너무 빠른 데 비해 운용수익이 나지 않아 ‘속도조절’을 하고 있을 정도다.

KB증권의 인가 보류는 업계 전체에도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단기금융업 인가의 문턱이 너무 높다는 인식이 생겨나고 있다”면서 “인가를 받은 회사들이 자금조달을 너무 많이 해서 문제인 반면, 다른 회사들은 인가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은 규제의 나쁜 예로 기록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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