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리그 1위를 질주하고 있는 두산 베어스. 모든 선수들이 고루 잘 하고 있지만 구단 프런트나 코칭스태프는 한 선수를 보면 유난히 흐뭇하다. 올 시즌 새 외국인타자로 합류한 호세 페르난데스가 그 주인공이다.

페르난데스는 23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홈런 포함 4안타 맹타를 휘두르며 두산의 9-3 승리에 앞장섰다. 이 경기 승리로 두산은 이날 우천 취소로 경기를 치르지 않은 2위 SK 와이번스와 승차를 2경기로 벌리며 1위 자리를 다졌다.

페르난데스가 4안타를 친 것은 KBO리그 데뷔 후 처음. 하지만 반짝 활약은 아니다. 최고의 타격감을 보이고 있는 페르난데스는 수위타자에 올라있을 뿐 아니라 타격 랭킹 각 부문 1위를 휩쓸고 있다.

   
▲ 사진=두산 베어스


페르난데스의 타율은 4할3푼(100타수 43안타)이나 된다. 압도적 1위다. 4할대 타율은 페르난데스가 유일하며 2위 양의지(3할7푼)와 격차도 6푼이나 된다.

최다안타(43개), 득점(22개), 출루율(0.496)도 모두 1위다. 홈런 5개를 쳐 공동 1위 그룹(6개)에 1개만 뒤졌으며, 타점 3위(23개), 장타율 2위(0.660)로 도루를 제외한 타격 전 부문 랭킹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페르난데스가 이 정도까지 잘 해줄 줄은 다른 팀들은 물론 두산조차 몰랐다. 

쿠바 출신 페르난데스는 계약금 5만달러, 연봉 30만달러, 인센티브 35만달러 등 최대 70만달러에 계약하고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쿠바 국가대표로 이름을 알린 그는 어렵게 미국 망명에 성공해 2017년 LA 다저스에 입단했다. 2018년 LA 에인절스로 이적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그는 36경기 출전해 타율 2할6푼7리(116타수 31안타) 2홈런 11타점의 성적을 냈다. 몸값도, 메이저리그 경력도 크게 주목받을 수준은 아니었다.

시범경기에서 타율 1할6푼7리(18타수 3안타)에 그치며 홈런도 하나 때리지 못하자 두산이 지난해 지미 파레디스(21경기 타율 0.138)와 스캇 반슬라이크(12경기 타율 0.128)에 이어 또다시 외국인타자 농사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정규시즌 개막과 함께 페르난데스는 별다른 적응기간도 필요없이 알짜배기 활약을 펼치기 시작했다. 툭 하면 멀티히트를 쳤고,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홈런도 펑펑 날린다. 지금까지 보여준 것만으로는 '완벽한 효자용병'이며 '복덩이'다.

두산은 지난 시즌 후 FA 자격을 얻은 주전 포수 양의지(NC 이적)를 붙잡지 못해 전력 약화가 우려됐다. 하지만 부동의 에이스 린드블럼과 지난해 18승을 올린 후랭코프, 두 외국인 투수가 건재한데다 페르난데스의 기대 이상 활약이 보태져 시즌 초반 1위로 순항하고 있다. 

최근 수 년간 투수에 비해 타자 쪽 외국인선수 덕을 별로 보지 못했던 두산이 이번 시즌에는 페르난데스 때문에 미소를 짓고 있다.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노리는 두산은 페르난데스의 신바람 방망이를 타고 일찍 질주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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