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포인트 성장률 제고"..."규모 더 키웠어야" vs "눈앞 수치 중요치 않아"
   
▲ 기획재정부 청사 [사진=기재부 제공]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문재인 정부가 24일 내놓은 6조 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은 '미세먼지'를 앞세웠지만, 재원 재분을 보면 '민생' 지원을 목적으로 삼은 경기 하방우려 대응에 무게가 더 실린다.

정부는 이번 추경이 올해 성장률을 0.1%포인트 높일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 경기 하강 상황에 비춰봤을 때, 더 대규모로 편성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 미세먼지로 출발, 대내외 여건 악화로 경기대응에 방점

추경이 처음 공론화된 것은 미세먼지가 사상 최악으로 치닫자, 지난달 6일 문재인 대통령이 "필요하면 추경을 긴급 편성해서라도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역량을 집중하라"고 주문한 데서 출발했다.

이후 추경 논의에 힘을 실어준 것은 국제통화기금(IMF)으로, 지난달 12일 IMF는 올해 정부 성장률 목표(2.6∼2.7%)를 달성하려면 국내총생산(GDP)의 0.5%(약 9조원)가 넘는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대내외 경제 여건 악화로 추경을 통해 경기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도 불구, 이때까지 정부는 추경 편성에 미온적이었으나, 문 대통령의 지시 이후 기류가 바뀌었다.

야당도 미세먼지를 국가재정법 상 추경 요건인 '국가재난'이라는 데 동의, 정부 부담을 덜어줬다.

추경의 재원 배분은 경기 대응에 무게가 더 쏠려 있다.

6조 7000억원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4조 5000억원이 선제적 경기대응과 민생경제 긴급 지원에 할애됐고, 미세먼지 등 국민 안전과 관련된 재원 배분은 2조 2000억원이며, 산불 대응이 중심이 된 안전투자를 뺀 실제 미세먼지 예산은 1조 5000억원으로 전체 추경의 22%에 불과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당면한 경기 하방 위험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면 자칫 우리 경제가 위축되고, 서민경제 어려움도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선제적이고 보다 과감한 경기 대응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 추경으로도 올해 정부 성장률 목표 달성 쉽지 않을 듯

그러나 이 정도 규모로 올해 성장률 목표 2.6∼2.7%를 달성하기에는 충분치 않다는 우려가 많다.

정부는 추경을 통해 올해 성장률을 0.1%포인트 높일 것으로 분석했다.

이호승 기재부 1차관은 "추경안 중 지역 기반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친환경 설비·공기청정기 보급, 취약 계층 인건비성 투자는 효과가 크지만, 수출이나 벤처 융자는 규모에 비해 효과가 낮다"며 "효과는 올해 3분의 2가 발생해 0.1%포인트인 약 1조 5000억원 정도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정도로는 정부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약발'이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8일 2.5%로 0.1%포인트 내렸고, 이주열 총재는 정부의 성장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10조원 규모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최근 국회에서 밝힌 바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 21일 올 성장률을 기존 전망(2.5%)에서 0.2%포인트 낮춘 2.3%로 제시했는데, 이는 이번 추경으로 0.1%포인트 제고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가정에 따른 것이다.

한국 경제에 대한 기관들의 전망을 종합하면, 정부 분석대로 추경을 통해 성장률을 0.1%포인트 올린다고 하더라도, 목표치인 2.6∼2.7%를 달성하기가 어렵다.

정부도 이런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홍 부총리는 "추경만으로 2.6% 성장을 달성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추경과 함께 올해 초 경제정책방향에서 정부가 발표한 정책, 또는 그를 넘어서는 추가적인 보강정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나마 5월 국회에서 추경이 통과돼야 0.1%포인트 상승 효과라도 나타나는데, 여야 대치가 '사생결단' 수준인 현 정치상황에서는 '기대난'인 게 현실이다.

◇ "경기진작에 규모 모자라" vs "눈앞 성장률 중요치 않아"

전문가들은 추경 규모가 현재 경기 상황을 고려했을 때, 너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성장률 하방 압력 폭은 0.1%포인트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이 정도 규모로는 경기진작 효과가 거의 없다"며 "10조원 정도는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훈 재정정책연구원장도 "본예산과 겹쳐 있어 대규모 추경을 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기는 하지만, 경기 진작 효과가 아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추경 규모를 늘리는 데 부담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경기가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급락하고 있어, 경기를 회복시키는 규모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노후 SOC 교체와 같이 경기 부양 효과가 있다고 보기가 어려운 사업들이 꽤 있다"며 "수출과 투자가 더 나빠지지 않도록, 재원이 명확하게 사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눈앞의 성장률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김현욱 한국경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경제 상황이 어떻게 변동할지 모르니 추경을 미리 많이 해 둘 수는 없는 일이기에, 규모가 그나마 적절한 수준이라고 본다"며 "0.1%포인트 차이로 위기가 오는 상황까지는 아닌데, 관심이 성장률을 올리는 데 너무 맞춰져 있다"고 분석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현재 경기는 일시 하향이 아니라 성장 동력이 없어지는 상황이기에, 당장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은 일시적인 효과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좋은 것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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