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33조 투자 비메모리 ‘정상 정복’ 계획 구체화
정부 비메모리 지원 등 ‘반도체 코리아’ 시너지 확대 전망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반도체 초격차’ 전략이 빠르게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비메모리 반도체 역량을 빠르게 끌어 올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진정한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 본격화 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 연구개발 및 생산시설 확충에 133조원을 투자하고, 전문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한다고 24일 밝혔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앞서 삼성전자는 '반도체 비전 2030'을 제시하며 2030년까지 메모리 반도체 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호황에 힘입어 인텔(미국)을 넘어서는 등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면서 위기론이 꿈틀거리고 있다. ‘상저하고’ 등의 전망이 나오지만 지난해 수준의 수익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 시장 부동의 글로벌 1위다. 그러나 비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파운드리와 시스템 반도체 역량 강화에 매진하고 있지만 선두권과의 격차가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적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인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시스템 반도체 등은 다품종 소량생산이 특징이다. 수익원을 다각화 하면서 지속 성장이 가능한 사업 분야로 꼽힌다.

여기에 시장 규모도 크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반도체 시장은 4790억달러 규모로 이중 비메모리 반도체가 6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이번 비메모리 반도체 대규모 투자 결정은 이 부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화성사업장을 방문했을 당시 ”2030년까지 비메모리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 간담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요즘 반도체 경기가 안 좋다는데 어떠냐”고 질문하자 이 부회장은 “좋지 않습니다만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오는거죠”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이 부회장의 확실한 계산이 깔린 답변이라는 것이 당시 재계의 분석이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저력과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면 ‘1위’와 ‘실력’ 등을 쉽게 꺼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 삼성전자의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 부회장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반도체 프로젝트는 국내 반도체 생태계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삼성전자는 중소 반도체 업체들과 상생을 바탕으로 사업 역량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 중소 팹리스 고객들이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자사의 IP(설계자산)를 호혜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또 효과적으로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설계/불량 분석 툴및 소프트웨어 등을 지원하고, 반도체 위탁생산 물량 기준도 완화할 에정이다.

삼성전자의 이번 시스템 반도체 투자 계획은 정부의 신성장 동력 육성 계획과도 흐름을 같이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와대와 정부는 지난 22일 비메모리 반도체·바이오·미래형 자동차 등 3대 분야를 '중점육성 산업'으로 선정하고 범 정부 차원의 정책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비메모리에 대한 대통령의 관심도 크다. 문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취약한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경쟁력을 높여 메모리 반도체 편중 현상을 완화하는 방안을 신속히 내놓기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지원을 통해 중소 비메모리 반도체업체의 경쟁력과 인프라가 향상되면 향후 삼성전자와의 시너지 확대가 예상된다”며 “앞으로 우리 반도체 산업의 전체적인 역량 강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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