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강승호(SK 와이번스)가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돼 물의를 빚었다. 

그런데 단순한 음주운전이 아니다. 사고를 냈고, 구단에 즉각 보고도 하지 않았으며, 경기 출전도 했다. 언론이 취재에 들어가 보도를 할 즈음에야 확인에 나선 구단에 실토했다. 음주운전 자체도 잘못된 일인데 사후 대처도 잘못 투성이다. 중징계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강승호는 지난 22일 새벽 2시경 경기도 광명시 광명 IC부근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도로분리대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시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알코올 농도를 측정한 결과 면허 정지 수준인 0.089%가 나왔다. 

이날은 경기 일정이 없는 월요일 새벽이었다. 타격 부진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져 2군에 내려가 있던 강승호는 전날(21일) 고양 히어로즈와 퓨처스(2군) 경기에 뛰었고, 지인과 술을 마신 후 차를 몰고가다 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음주운전 자체가 범법 행위다. 사회적으로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날로 높아지고, 이른바 '윤창호법'까지 제정될 정도로 음주운전은 사회악으로 지탄받고 있다. 공인인 프로야구 선수가 음주운전을 했으니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 사진=SK 와이번스


그런데 강승호는 이후 이해하기 힘든 행보를 보였다. 구단에 아무런 보고를 하지 않았고 팀에 합류해 23일 경산에서 열린 삼성 2군과 퓨처스 경기에도 출전했다. 이런 사실을 몰랐던 염경엽 SK 감독은 24일 대구 삼성전에 앞서 "내일(25일) 강승호가 1군에 복귀한다"며 강승호의 1군 복귀 계획까지 말했다. 지난 15일 등록 말소됐던 강승호를 열흘이 지나는 시점에 맞춰 다시 엔트리 등록시키기 위해 24일 퓨처스 경기가 우천 취소되자 곧바로 1군 선수단에 합류까지 시켰다.

강승호의 음주운전이 처음 알려진 것이 24일 SBS '뉴스8' 보도를 통해서다. SBS 뉴스 보도 직전에야 SK 구단은 방송사를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됐다. 구단이 확인을 하자 그 때서야 강승호는 음주운전 사실을 실토했다. SK는 절차대로 서둘러 KBO(한국야구위원회)에 보고를 했다.

이해할 수 없는 강승호의 행보다.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적발된 상황에서 '나 몰라라'하고 선수단에 합류해 경기를 뛰고 이틀이 지나도록 보고를 하지 않은 것은 납득이 안된다. 음주운전 사고 자체를 가볍게 본 것이든지, 보고를 안하고 은폐하려 한 것이든지, 잘못 투성이다.

SK 구단은 이르면 25일 내로 강승호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KBO도 경위를 파악하는 대로 상벌위원회를 열어 징계를 논의할 예정이다.

KBO 규약에는 음주운전에 대한 제재 내용이 결정돼 있다. 단순 적발은 출장정지 50경기, 제재금 300만원, 봉사활동 30시간이다. 음주 측정을 거부했는데 음주운전이 확인됐을 경우 출장정지 70경기, 제재금 500만 원, 봉사활동 120시간이다. 음주 접촉 사고를 냈을 때는 출장 정지 90경기, 제재금 500만 원, 봉사활동 180시간이다. 음주 인사 사고의 경우 출장 정지 120경기, 제재금 1000만 원, 봉사활동 240시간이다.

강승호는 사고를 냈기 때문에 비록 다른 차량과 접촉은 없었지만 90경기 출장정지가 유력하다.

SK 구단은 더 엄중한 징계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 음주운전에 대한 자체 징계가 정해져 있지만 사후 보고도 하지 않았던 점 등을 감안할 때 임의탈퇴 처분까지 가능하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LG에서 SK로 트레이드된 후 제2의 야구인생을 열며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까지 꼈던 강승호는 음주운전으로 선수생활에 치명적인 위기를 맞았다. 다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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